거연정명(居然亭銘)
거연정이 위치한 지역은 행정구역이 몇 차례에 걸쳐 변경되었다.
현재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리이지만
지을 당시는 진양군 양전마을이었다.
처마 아래에는 거연정(居然亭)이라는 큼직한 현판,
실내에는 여러 개의 편액, 기둥에는 주련들이 걸려있다.
젊었을 때는 그냥 지나쳤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한문을 한글로 풀이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
한글세대인 나는 한문과 거리가 먼 공학을 전공했기에 궁금증만 더 할뿐 해결방법이 없었다.
나이 육십 들어 한문을 깨우치고자 독학을 해보았지만
별진전이 없었고 겨우 까막눈을 면했을 뿐이다.
뜻을 세워도 마음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니 일단 해석을 시작해보기로 하였다.
내 수준에 한자를 해독하기에도 어려운 글자가 있고
음과 훈을 안다고 해서 문장이 잘 해석되지도 않았다.
장기간에 걸쳐 거연정명(居然亭銘)에 대한 어설픈 해석을 하여 여기에 올려놓는 것은
뜻이 있는 후손이나 한문 식자에 의해 진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 고조부 휘(諱)는 箕淵, 증조부 휘(諱)는 相瑢, 조부 휘(諱)는 仁燮 )
(거연정명 편액 사진)
거연정명 편액은 건물의 오른쪽 누마루 깊숙한 곳에 걸려 있다.
거연정명(居然亭銘)
亭在晋陽之良田 : 정자는 진양의 양전마을에 있으며,
卞君相瑢爲其先大人處士公作也 : 변군 상용(相瑢)이 그의 선친 처사공을 위해 세웠다.
處士公諱箕淵嘗卜一區泉石於先隴之下擬置一亭 : 처사공 휘(諱) 기연(箕淵)은 일찍이 선산아래 한 구역
산수 경치(샘과 돌)를 헤아려 정자 한 채를 세우려고 생각했으나,
不幸未就而卽世君克承其志 : 불행히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남에 따라 대를 이어 군이 선친의 뜻을 계승했다.
竭心力以成之扁曰居然 : 마음과 힘을 다하여 그 뜻을 이루고 편액을 거연이라 하였다.
居然盖取晦前詩中語也 : 거연이라는 말은 주자(朱子)의 시 앞부분에 있는 글에서 인용하였다.
君旣沒之二年其孤仁燮曳衰來請以銘銘 : 변군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되던 해 아들 인섭(仁燮)이 상복을 입고 찾아와 기록하여 새길 글(銘)을 부탁하면서,
曰有亭有亭良田一方維此良田卞氏之庄 : 양전의 한 곳에 정자가 있는데 이곳 양전은 변씨 집성촌이라고 하였다.
君大人公行著家鄕爰卜一區齋志未遑孝哉 : 군의 선친께서는 고향에서 두드러진 일을 행하였으며 공경하는 뜻으로
한 구역을 생각해 두었으나 미처 효성을 행하지 못하였도다.
惟君一意承先肯構爲亭扁以居然 : 군은 오직 한 가지 뜻으로 선친이 시작한 일을 계승하여 세운 정자의 편액을 거연이라 하였다.
此亭何有我石我泉白石齒齒淸泉涓涓 : 이 정자는 어찌 돌과 샘이 있으며 흰 돌이 줄지어 있고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는가.
詩云桑梓必恭敬止矧伊先人菟裘之地謦欬如聞 : 시경에 이르기를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삼가 공손히 섬긴다 하였는데,
하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노후에 머무신 곳 기침소리 들리는 듯하구나.
杖屨如侍來孝不匱益追以誠嗣葺用光永觀厥成 : 머문 자취 모시듯 정자에 와서 못다한 효성을 다하며 더욱 기리면서 지붕을 잇고 오랫동안 공사하여 정자의 완성을 보았다네.
晉山 河謙鎭(진산 하겸진)
(주석)
晦->晦庵(회암) : 주자의 호
菟裘之地(토구지지) : 벼슬을 내놓고 은거하거나 노후에 여생을 보내는 곳.
肯構肯堂(긍구긍당) : 아버지가 업을 시작하고 자식이 이음.
齒齒(치치) : 흰 돌 따위가 줄지어 있는 모양.
謦欬(경해) : ①윗사람에게 뵙기를 청할 때 자기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하는 기침. 인기척 내는 헛기침 ②윗사람을 공경하여 그의 '기침 소리'나 '말씀'을 이르는 말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 샘물은 졸졸졸 비로소 흘러내린다. 도연명(陶淵明)의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문구
維桑與梓 必恭敬止(뽕나무와 가래나무도 삼가 공손히 섬긴다) : 시경 '소아'의 '소반(小弁)'편에 나오는 구절. 뽕나무와 가래나무가 부모와 어떤 인연이 있어 부모를 상기시키기 때문에 공경한다는 뜻인데, 그 나무들을 '부모가 심은 것'이라 보는 해석이 유력함.
杖屨(장구) : 지팡이와 짚신, 머무른 자취.
해문작성 : 변이석
블로그상에서 답글을 주고받던 ‘백촌거사’님이 거연정명 원문(原文)과 해문(解文)을 보내주셨다. 어설픈 나의 해석을 올린 지 5년 만에 그 뜻을 이룬 셈이다. 작년(2020년)에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居然亭銘(거연정명)
(원문)
亭在晋陽之良田卞君相瑢爲其先大人處士公作也
(정재진양지양전변군상용위기선대인처사공작야)
處士公諱箕淵嘗卜一區泉石於先隴之下擬置一亭
(처사공휘기연상복일구천석어선롱지하의치일정)
不幸未就而卽世君克承其志竭心力以成之扁曰居然
(불행미취이즉세군극승기지갈심력이성지편왈거연)
居然盖取晦前詩中語也
(거연개취회전시중어야)
君旣沒之二年其孤仁燮曳衰來請以銘銘
(군기몰지이년기고인섭예쇠래청이명명)
曰有亭有亭良田一方維此良田卞氏之庄
(왈유정유정양전일방유차양전변씨지장)
君大人公行著家鄕爰卜一區齎志未遑孝哉
(군대인공행저가향원복일구재지미황효재)
惟君一意承先肯構爲亭扁以居然
(유군일의승선긍구위정편이거연)
此亭何有我石我泉白石齒齒淸泉涓涓
(차정하유아석아천백석치치청천연연)
詩云桑梓必恭敬止矧伊先人菟裘之地謦欬如聞
(시운상재필공경지신이선인토구지지경해여문)
杖屨如侍來孝不匱益追以誠嗣葺用光永觀厥成
(장구여시래효불궤익추이성사즙용광영관궐성)
晉山(진산) 河謙鎭(하겸진)
(해문)
거연정은 진양의 양전리 마을에 있으며, 변군(卞君) 상용(相瑢)이 그의 선친 처사공(處士公)을 위해 세운 정자이다. 처사공 휘(諱) 기연(箕淵)은 일찍이 천석(泉石) 한 구역에 터를 잡고 선영아래 하나의 정자를 마련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불행히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바로 세상을 떠남에 변군 그대가 그 뜻을 계승하여 마음과 힘을 다해 정자를 이루었고, 편액을 거연이라 하였다. ‘거연(居然)’이라는 말은 주자(朱子)의 앞의 시 가운데서 취한 말이다.
변군(卞君)이 세상을 떠난 지 2 년 되던 해, 그 아들 중에 첫째 아들 인섭(仁燮)이 상복을 입고 찾아와서 거연정에 새길 글(銘)을 부탁하였다. 새길 글의 내용을 말하기를 ‘정자가 있고, 정자는 양전리 마을 한쪽에 있으며, 이 양전리 마을은 초계 변씨의 경작지가 있다.’고 하였다. 변군(卞君)의 선친께서는 고향에서 두드러진 일을 행하였으며, 이에 한 구역에 터를 잡아 공경의 뜻은 있었으나 효성을 행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군은 한 가지 뜻으로 선친이 시작한 일을 계승하여 정자의 편액을 거연이라 하였다.
이 정자는 어찌해서 내 돌과 내 샘이 있고 흰 돌이 줄지어 있고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는가.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삼가 공손히 섬긴다.’하였는데, 하물며 조상님 은거하신 곳에서 살아가니 기침소리 들리는 듯하구나. 조상을 모시는 듯 정자에 와서 효성을 다 하고, 더욱 조상을 기리면서 정성으로 지붕을 잇고 오랫동안 공사하여 길이 그 완성을 보게 되었다네.
진산(晉山) 하겸진(河謙鎭)
(주석)
하겸진(河謙鎭) : 1870~1946년, 호 晦峯, 본관 晉陽, 문집 晦峯集
해문 작성 : 백촌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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