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생겼어요
(2017.10.2.)
딸아이 내외가 신행 오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 준모네 가족이 일찍 도착했습니다.
준모와 나는 2층 뒷방으로 올라갔는데 바둑알을 가지고 오더니
‘할아버지! 바둑알로 팽이 돌리기 해요.’하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궁금해 하니 양손 엄지와 검지로 바둑알을 세워 잡고 비틀어서 팽이처럼 돌렸습니다.
나도 따라 해보았지만 손가락은 크고 바둑알은 작으니 준모처럼 잘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돌리기는 하였지만 오래 돌리기 경쟁에서 준모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어디 누구에게서 바둑알 팽이 돌리기를 배웠는지 궁금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손이 공과 물통 그리고 수건을 들고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공차기와 상대의 등을 손으로 먼저 ‘터치’하는 게임을 하고 놀다가
고모의 전화를 받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제법 큰 아이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버스가 빨리 나타나지 않으니 은근히 기다려지는 모양입니다.
이윽고 고모와 고모부가 탄 버스가 도착하고 내려서 인사를 할 때는 살짝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모야! 고모부 보니까 쑥스럽니?’했더니 ‘아니야!’하며 극구 부인했습니다.
내가 가방을 하나 끌고 준모와 같이 가는데 아파트 입구 부근에서 자기가 끌겠다고 나섰습니다.
건네받은 가방이 내리막길에서 절로 굴러 내려가자 깔깔대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우리부부는 딸아이 내외의 신행인사를 받은 후에 준모네 가족의 추석인사도 받았습니다.
추석연휴에 각자의 일정을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 인사를 앞당겨서 받았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예쁜 한복을 갈아입고 아빠 엄마를 따라 절을 했습니다.
손주들에게 봉투에 넣은 용돈을 건네주자 준모는 싱글벙글하며 받았지만
지우는 아직 돈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고모의 신혼여행 선물로 예쁜 통에 든 단추초콜릿을 받고 좋아했습니다.
거실에 상을 펴고 저녁 먹을 음식을 차리는데 준모와 지우는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신행과 추석 인사를 차례로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식사시간이 늦어진 모양입니다.
좀 더 자라면 배가 고파도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 예의겠지만
아직은 어리니 저녁을 먼저 먹도록 하였습니다.
준모가 나중에 어른들이 식사를 하는 밥상을 훑어보고
생선과 파전을 먹지 않았다며 자기도 달라고 하여 모두들 웃었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모두들 자연스럽게 소파주위에 둘러앉았는데, 준모가 나서서
이긴 사람에게 초콜릿을 상품으로 주겠다며 어른 여섯 명에게 가위, 바위, 보를 시켰습니다.
그러고는 수수께끼와 카드 숫자 알아맞히기 놀이를 시키고 따라하지 않으면 나무라기까지 하였습니다.
준모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사람 더 생겨서인지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입니다.
신행 모임이라 분위기가 서먹할 수도 있을 텐데
준모가 주도하여 웃음꽃 피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우는 낮잠을 자지 않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선잠을 깨었습니다.
밤이 이슥하여 준모네 가족은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섰고 모두들 주차장으로 같이 내려갔습니다.
지우는 승용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앉아 ‘할아버지 안녕~, 고모부 안녕~’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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