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여섯째 해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돌샘 2017. 9. 9. 21:36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2017.9.3.)

준모가 할머니 표(?) 김밥을 맛있어 하니 오늘 점심은 할머니 집에서 김밥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준비한 재료로 김밥을 만드는 동안 준모와 지우는 고모와 숨바꼭질을 하였습니다.

지우가 ‘내가 술래 할게.’하고는 벽에 얼굴을 묻고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다 숨었어?’하며 확인을 하고는 고모와 오빠를 찾아 나섰습니다.

예전엔 숨바꼭질을 할 때 다른 사람을 따라 시늉만 내었는데 이제는 한 사람 역할을 제대로 잘 수행합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김밥을 맛있게 먹었지만 지우에게는 너무 커서 밥을 오뎅국에 말아 먹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준모와 지우 모두 하늘정원으로 올라가

장난감을 고르듯 각각 분무기와 물뿌리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물을 넣어주자 준모는 거미줄에 있는 거미를 향해 물을 분사했고 지우는 화분에 열심히 물을 주었습니다.

이제 하늘도 한결 높아진 것 같고 기온도 높지 않으니 완연한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지우는 할머니와 아빠 엄마를 따라 마트에 가고, 준모는 집에 남아서 할애비와 고모와 함께 놀기로 했습니다.

준모는 아빠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마트보다 집에서 노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준모가 창고에 보관중인 농구골대를 보고는 하늘정원에 설치하고 농구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세 사람이 차례대로 슛을 하여 누가 가장 잘 넣는지 시합을 했습니다.

체격을 고려해서 준모가 골대에 조금 가깝게 서기는 했지만 가장 먼저 10골을 넣었습니다.

1등을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으스대고는 또 하자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승부욕이 강하니 매사를 열심히 하고 그 만큼 성취도도 높은 것 같습니다.

고모가 약속이 있어 외출한다고 하자 서운해 하였지만 조손이 피구를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습니다.

2층 방에서 피구를 하니 아랫집 소음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재미를 더했습니다.

농구공으로 피구를 하니 준모가 던지는 공에 정통으로 맞으면 제법 아팠습니다.

공이 안경에 맞을까봐 등을 내보이며 이리저리 피하니 맞히기 쉬웠던 모양입니다.

공이 몸에 맞아 ‘퍽’하는 소리가 나면 동네가 떠내려 갈 정도로 깔깔대며 좋아했습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힘이 드니 바둑 알까기 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바둑판을 들고 거실에 내려가 알까기 놀이를 했는데 내가 15알, 준모가 20알로 게임을 시작하니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백중세가 되었습니다.

 

‘준모야! 오늘은 가게 놀이 안 할 거니?’하고 물으니

‘해요! 할아버지가 포켓몬 카드를 고르면 내가 카드를 만들어 그림을 그려줄게요.’하였습니다.

가게 놀이를 예전과 다르게 할 모양인데 자세한 방법을 몰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가방 가득 가져온 포켓몬 카드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보여주니

‘이건 천원, 저건 삼천 원 그리고 요건 그림 그리기 어려우니 딴 것을 고르세요.’하였습니다.

‘모두 얼마지요?’하고 물으니 가격을 모두 더하여 칠천 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영수증 써주세요.’했더니 한글과 숫자로 쓴 영수증을 만들고는 ‘저기 앉아서 기다리세요.’하였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드나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연습장 위에 카드를 올려놓고

테두리를 따라 색연필로 줄을 그었습니다.

줄을 따라 정성스레 가위질을 하니 카드와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종이가 오려졌습니다.

오린 종이에서 바르지 못한 부분을 가위로 살짝 정리하니 반듯한 직사각형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위질을 제법 잘했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한쪽 면에는 ‘포켓몬 카드’ 표지와 같은 파란색을 칠하고 다른 면에는 카드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도 제법 잘 그렸습니다. 카드를 정성스럽게 만드니 한 장에 20분가량 걸리는 듯했습니다.

구입한 카드를 모두 그려주겠다는 것을 하나만 하면 된다고 만류를 했습니다.

정성이 갸륵하여 더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값을 건네면서 ‘준모야! 이 돈 벌어서 무엇 할 거니?’하고 물으니 ‘음~’하며 잠시 생각더니

‘지우 반지 사 줄 거야. 그리고 내 시계도 살 거야. 엄마는 반지. 아니. 목걸이 사 줄 거야.’했습니다.

‘아빠는 안 사드릴 거니?’하자 ‘아직 생각 안 했는데 물어보고 사 줄 거야.’했습니다.

제일 먼저 동생 지우를 챙기고 반지 사 줄 거라는 말에

그 동안 은근히 걱정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준모와 지우가 할머니 집에 와서 놀다가 아범이 퇴근하여 데려가던 날이었지요.

준모와 지우가 서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다투고

그날따라 과자도 나누어 먹지 않으려 하는 광경을 보고는 내심 충격을 받고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

평소 남매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서로를 위하는 언행을 해서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매사에 무덤덤해질 나이가 되었지만 손주들의 언행만은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일희일비 하다 보니 괜한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준모가 ‘할아버지 우리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고 안심을 시켜주는 듯했습니다.

 

마트에 갔던 일행이 도착하여 할머니가 새로 사온 축구공을 준모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손이 새 공을 들고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놀이터는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충격완화용 합성재료 바닥이라 공차기 할 때도 편리합니다.

새 공이라 탱글탱글하게 탄력도 좋고 준모의 근력도 좋으니 힘껏 차서 공이 울타리에 부딪힐 때는

요란한 소리를 내고 공중으로 차면 울타리를 훌쩍 넘어가곤 하였습니다.

땀이 나서 내의가 젖기 시작할 무렵, 준모가 ‘할아버지! 목말라~’하였습니다.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마주보고 씩~ 웃으며 슈퍼로 향했습니다.

준모는 음료수만 골랐지만 할애비가 그 태도에 감동하여 과자도 사도록 권유했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지우도 놀이터에 나왔습니다.

저녁에는 통닭을 먹기로 결정하고 할머니는 주문하러 먼저 가게로 갔습니다.

지우는 놀이터에 늦게 온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번갈아 신나게 탔습니다.

저녁을 먹고 땅거미가 질 무렵 준모와 지우는 바람을 쐬러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준모는 농구 실력을 자랑하려는 듯 공을 골대에 넣어보이고는 아빠도 넣어보라고 하였습니다.

농구를 하는 중에 지우가 아빠에게 다가가서 ‘뭐라 뭐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빠가 마주보고 서서 손을 잡자 지우가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준모가 원을 그리며 주위를 돌았고 할애비도 뒤를 따랐습니다.

내 어린 시절에도 불렀던 동요와 전통놀이라 3대가 어우러져 신나게 놀았습니다.

지우가 양손 사이에 갇히게 되자 ‘해해~’ 웃으며 귀여움을 뜨는 모습이 정말 앙증맞아 보였습니다.

‘놀이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지우가 어린이집에서 배워와 전파를 시켰다고 합니다.

 

가족이 거실에 모이자 준모가 다시 가게 놀이를 한다며 아빠에게 손님 역할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아빠가 골라준 카드를 자르기 시작했지만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역역했습니다.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 준모의 가게 놀이도 아쉽지만 끝이 났습니다.

가게 놀이를 하면서 주려고 했던 돈을 준모에게 용돈으로 건네주자

옆에서 보고 있던 지우도 할애비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우는 아직 돈을 잘 모르지만 지폐를 한 장 건네주자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짐짓

‘준모야! 할머니에게는 선물 뭐 할 거니?’하고 물으니 ‘뭐 할까요?’하고 되물었습니다.

준모가 망설이지 않고 선물종류를 물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할머니는 물론 옆에 있던 할애비도 흐뭇했답니다.

 

준모야! 네가 정성스레 만든 포켓몬 카드는 사진으로 촬영해 두었단다.

동생 잘 돌보고 끔찍이 위하니 할애비 걱정이 사라지는구나.

 

지우야!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 너의 노래와 놀이 덕분에 할애비도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갔구나.

오빠를 잘 따르고 사이좋게 지내니 흐뭇하기 그지없단다.

 

준모야! 지우야! 이번 달에는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 바쁘겠구나.

날씨도 시원하고 마음도 풍족한 가을.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안녕~ 우리 도련님! 공주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