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여섯째 해

오래되어서 몰라봤어요

돌샘 2017. 8. 27. 21:11

오래되어서 몰라봤어요

(2017.8.19.)

오늘은 준모가 태권도 훈련 시 착용하는 노란 띠와 줄넘기용 줄을 가져왔습니다.

거실에서 줄넘기를 하자 지우도 팔짝팔짝 뛰며 줄 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본격적인 줄넘기 시범을 위해 하늘정원으로 나가 의자를 한 쪽으로 치우고 운동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준모가 줄넘기를 시작하자 모두들 잘한다고 박수로 격려를 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격려에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줄넘기를 했습니다.

줄넘기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나이 치고 잘 하였습니다.

흥미를 느끼고 반복해서 연습을 하면 실력이 더욱 향상될 것입니다.

지우는 줄넘기하는 오빠와 같이 놀고 싶었지만 자칫 세차게 돌리는 줄에

맞을 까봐 아빠가 안고 있으니 내려달라고 졸랐습니다.

줄넘기를 마치고 모두들 거실로 내려왔는데도 지우는 하늘정원에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따라 나서니 수도꼭지와 물뿌리개를 가리키며 물을 담아달라고 하였습니다.

물뿌리개에 물을 넣어주자 들고 가서 옹기그릇과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물주기가 재미나는지 여러 번 물을 채워 달라하여 물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남매가 어제 풀벌레에 물렸다며 몸에 붉은 반점이 돋아 있었는데 지우가 얼굴과 팔 등에 더 심했습니다.

준모는 가게 놀이를 하면서 과자 나누어 먹기, 안마기 이용 등의 문제로 지우와 다툼이 생겼습니다.

준모가 체력이나 사고하는 수준이 높으니 동생에게 양보하도록 종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빠가 양보하지 않고 힘으로 억누르자 지우가 반발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남매가 평소에 사이가 좋지만 간혹 트러블이 생기면

지우가 오빠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우가 방어(?)를 위한 공격적인 행동을 시작한지 제법 된다고 합니다.

우리 공주님이 평소에는 마음 여리지만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양보가 없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예식장 음식을 시식하기로 예약되어 준모 고모와 ‘예비 고모부’도 합류를 했습니다.

준모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더니 얼굴을 피하며 수줍어하는 듯 행동하였습니다.

예전에 만났을 때는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는데 오늘은 웬일일까요?

예식장으로 갈 때는 조부모와 같은 차를 타겠다고 주장하여 뜻을 관철시켰습니다.

승용차에서 ‘예비 고모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예식장 복도에 서서 끌어 달라하여 미끄럼을 타더니 쉽게 친해졌습니다.

‘준모야! 예전에도 만났고 축구공도 선물 받아 고모부를 잘 알잖아.’했더니

‘오래되어서 몰라봤어요.’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말 몰라봤을 까요 아니면 자기를 좋아해주는 고모가 시집가는 게 싫다고 했는데

시집가는 일이 고모부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고 서먹해진 탓일까요?

음식을 시식할 때 준모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고

지우는 웬 일인지 수박만 탐을 내어 많이 먹었습니다.

이렇게 대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결혼식장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동안 준모와 지우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상어가족’ 노래에 춤판까지 벌어졌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준모는 조부모와 같은 차를 탔지만

할머니는 고모와 볼일이 있어 외출하고 조손만 아파트 입구에서 내렸습니다.

창고에 두었던 고무공을 가지고 놀이터로 가는 도중

광장에 주차된 아범 차는 발견되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준모가 ‘아빠 엄마 어디 갔을까요?’하며 걱정하는 눈치라 ‘차가 저기 있으니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다.

준모가 없으면 아빠 엄마도 집에 못가니까 걱정 하지 마.’했더니 싱긋 웃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조손이 놀이터에서 공차기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열기를 더해 갔습니다.

‘우와~ 우리 준모 공 잘 차네~’하며 칭찬을 하면 공은 점점 더 높이 힘차게 날았고

호쾌한 웃음소리도 공을 따라 저녁하늘을 날았습니다.

준모가 ‘할아버지! 목마르다.’고 하여 ‘물통이 없어 물 안 가져왔잖아. 물 먹으러 집에 갈래?’했더니

‘할아버지 지갑 안 가져왔어요. 주스 사 먹으면 되는데...’하였습니다.

요즘은 할애비가 여섯 살배기 손자의 생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손이 손을 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트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어떤 주스 먹을래?’했더니 눈에 익은 어린이용 주스를 골라잡았습니다.

계산대로 가면서 ‘할아버지! 과자도 하나 사면 안돼요?’하고 물었습니다.

‘준모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야지.’했더니 캐러멜 한 봉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예전엔 마트에 같이 가면 이것저것 마구 집어 들고 모두 사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꼭 필요한 것만 골랐습니다.

‘벌써 많이 자랐구나!’ 생각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준모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요즘 함께 지내다 보면 종종 제 나이의 범주를 뛰어넘어 다 큰 아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답니다.

음료수와 과자를 먹으며 놀이터로 돌아와 땅거미가 질 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공을 찼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아범과 새아기가 아이스케키와 빵을 사왔습니다.

조손이 땀을 식히며 아이스케키를 하나씩 맛있게 먹었습니다.

항상 그러하듯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였습니다.

 

준모야! 고모 시집가면 준모를 좋아하는 한 사람이 더 생기니 서운해 하지 말아요.

그리고 지우 보살피며 잘 데리고 노세요.

지우야! 오늘 지우가 오빠와 다투는 모습을 보는 순간 할애비는 깜짝 놀랐단다.

오빠 말 잘 들으며 우애로운 남매로 자라세요.

우리 도련님! 공주님!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건강하고 보람된 나날들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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