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여섯째 해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돌샘 2017. 9. 24. 20:18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2017.9.16.)

집사람 생일 가족모임을 편의상 며칠 앞당겨 주말에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올림픽공원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식사 후에는 공원에서 손주들과 함께 놀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모여 앉아 선물을 내놓았는데 준모의 생일 축하카드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카드에는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해요. 변준모”라 적혀있고

할머니와 준모 그리고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카드 한쪽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별들을 붙여 모양을 예쁘게 꾸몄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손자가 정성스레 만든 생일카드를 받게 되니 감개무량한 모양입니다.

준모와 지우가 식사를 먼저 마치고 심심해하자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니 조용해졌습니다.

식탁에 생일 케이크를 올려놓고 촛불을 켜자 준모와 지우가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끌 때는 기다렸다는 듯 경쟁을 하며 힘껏 입김을 불었습니다.

손주들이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을 놀이처럼 좋아하기에 한 번 더 불을 붙였습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것은 아니겠지요.

준모는 조부모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올림픽공원으로 향하고

다른 사람들은 차를 타고 공원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지하도를 건너 올림픽 공원 정문 입구에 이르니 평화의 문이 우뚝 솟아 우리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오늘은 마침 체육관련 단체의 행사가 있어

공원 입구에 여러 개의 천막이 쳐지고 간이 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준모는 여러 가지 놀이시설을 보자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뛰어다니며 기뻐하였습니다.

먼저 공을 던지는 장소로 가서 표적 판에 공을 던지자 공이 찍~하며 들어붙었습니다.

표적 판에 붙은 공을 떼어 바구니에 담아주면 준모는 진지한 표정으로 표적을 향해 힘껏 공을 던졌습니다.

다음에는 ‘컬링’ 놀이를 하는 곳으로 가서 ‘스톤’을 표적 중심을 향해 밀어보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놀이라 대부분 스톤이 표적을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전화통화로 위치를 알려 주차장으로 간 일행과 합류하였습니다.

멀리 수소풍선을 만드는 곳이 보이자 남매의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풍선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어디에 등록을 하면 준다고 하였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비 고모부의 도움을 받아 등록을 하고 준모와 지우 모두 풍선을 하나씩 받아들었습니다.

멀리 높게 설치된 무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이 보이자 준모의 호기심이 발동했나 봅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스케이트보드 타는 무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냥은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지 않아 의자에 앉도록 하고 실컷 볼 때까지 기다렸답니다.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쉬기로 하고 모두들 놀이터 쪽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도서판매점에 이르자 어린이들이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준모가 관심을 보여 가보았더니 공룡 모형에 색종이 붙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준모도 하고 싶어 했지만 탁자둘레에는 먼저 온 어린이들과 보호자로 꽉 차서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담당 도우미에게 사정을 하여 원하는 공룡 모형을 얻고

색종이를 몇 개 가지고 일행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잔디에 돗자리를 깔면 준모와 지우가 풀벌레에 물릴 가능성이 있어

콘크리트 블록이 설치된 그늘지고 한적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준모는 공룡에 색종이 붙이는 작업에 집중하다가 예비 고모부와 원반던지기 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지우는 할머니가 사준 공룡모형을 가지고 놀다가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춤도 추었습니다.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는 놀이를 하며 애교도 부리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준모는 더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준모는 우리 집에 가서 더 놀고

밤에 아범이 데리러 오도록 제안을 하자 흡족한 표정으로 좋아했습니다.

 

도중에 차가 밀려 피곤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손은 축구공과 원반

그리고 물통과 수건을 챙겨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도 같이 가자고 졸랐지만 저녁준비를 하고 놀이터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공차기 놀이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있어 공차기에 편리했습니다.

공차기가 지루해질 무렵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원반이라 플라스틱 제품에 비하여 높낮이 조정이 어렵고 비행거리도 짧았습니다.

준모는 할애비가 던지는 실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는지

놀이 도중에 던지는 방법에 대한 지도(?)까지 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놀이터에 나와 합류를 하자 놀이내용도 바뀌었습니다.

준모와 같이 놀 때 놀이의 종류나 방법은 항상 준모가 생각하여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답니다.

준모의 지시에 따라 세 사람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순서를 정하고,

두 사람씩 나와 상대방의 등에 손을 먼저 ‘터치’하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상대방의 손을 피하며 재빠르게 공격을 할 때면 준모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온 동네로 퍼져나갔습니다.

우리가 노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같은 또래 아이가

준모에게 다가와 같이 놀자고 통사정을 하였지만 슬쩍 외면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저녁을 차리러 먼저 집에 들어가고 두 사람이 여러 가지 놀이를 번갈아 했는데 끝날 줄 몰랐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준모가 ‘할아버지! 우리 아이스크림 먹고 집에 가요.’하였습니다.

조손이 놀이기구와 물통을 챙겨 들고 손을 꼭 잡은 채 발걸음도 가볍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습니다.

 

준모의 샤워가 끝나자 조손이 마주보고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의젓한 청년을 마주 대하고 앉은 듯 푸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계란말이는 말할 것도 없고 호박나물, 가지나물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올림픽공원에서 가져온 수소풍선으로 장난을 치며 놀았습니다.

풍선을 놓쳐 복층 천정으로 날아가면 높아서 끄집어 내릴 수가 없다고 미리 주의를 주었으나,

장난을 치며 놀다보니 매어놓은 실이 끊어져 복층 천정 높은 곳으로 날아 가버렸습니다.

풍선을 가지고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날아 가버렸으니 서운해 하며 풀이 죽었습니다.

풍선을 내려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침 그 때 30년 전쯤 회사 낚시대회에 참가하여 받았으나

쓰지 않고 보관중인 접이식 낚시대가 떠올랐습니다.

창고에서 낚시대를 찾아와 풍선을 난간 쪽으로 쳐서 밀어 놓고 복도에 올라가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준모가 무척이나 좋아했고 할애비는 모처럼 손자 앞에서 의기양양했답니다.

준모가 접이식 낚시대를 길게 뽑아내었다가 밀어 넣으면

짧아지는 현상을 이용해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마술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해보지도 않은 마술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생각하며 반신반의하였습니다.

여섯 살배기 손자가 자작 마술을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어느새 관중(?)도 마술에 몰입되었습니다.

표정과 동작 그리고 대사를 즉흥적으로 구성하고 조금씩 변경해가며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할머니도 손자의 예상하지 못한 진기명기(?)를 보고 크게 감동한 모양입니다.

아범이 준모를 데리러 왔을 때도 아빠를 위해 마술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열기가 다소 식은 듯했습니다.

오늘 할머니의 생일행사는 손자의 축하카드를 받으며 시작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마술 쇼로 피날레를 장식하였답니다.

 

준모야! 조손이 한번 어우러지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구나.

할머니 생신은 네 그림카드로 시작하고 마술 쇼로 끝냈단다.

정말 의젓하고 다재다능하구나.

지우야! 오늘도 노래와 춤 예쁘게 잘 추었단다.

할머니가 사주신 공룡 가지고 노니 재미있었니?

다음엔 더 좋은 것 사달라고 얘기하여라.

 

준모야! 지우야! 다음 주엔 고모 결혼식이 있고 또 열흘 정도 지나면 추석이구나.

가을의 들판처럼 풍요롭고 가을하늘처럼 맑고 티 없이 잘 자라거라.

안녕~ 우리 도련님! 공주님!

 

(식당에서)

 

 

 

 

 

 

 

 

 

 

 

 

 

 

 

 

 

 

 

 

 

 

 

 

 

 

 

 

 

 

 

 

 

 

 

 

 

 

 

 

 

 

(공원에서)

 

 

 

 

 

 

 

 

 

 

 

 

 

 

 

 

 

 

 

 

 

 

 

 

 

 

 

 

 

 

 

 

 

 

 

 

 

 

 

 

 

 

 

 

 

 

 

 

 

 

 

 

 

 

 

 

(집에서)

 

 

 

 

 

 

 

 

 

 

 

 

 

 

 

 

 

 

'거연정 > 여섯째 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주들의 재롱  (0) 2017.10.14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생겼어요  (0) 2017.10.14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0) 2017.09.09
오래되어서 몰라봤어요  (0) 2017.08.27
할머니집 방문기(셋째 날)  (0)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