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의 하늘정원 만찬
(2020.6.27.)
소민이는 샌들을 신고 걸어서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할머니가 수박을 내놓자 포크로 찍어 맛있게 먹으며 조부모에게도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계단으로 가 얼른 뒤따라가자 한번 뒤돌아 확인하고는 계속 위로 올랐습니다. 2층에 다다르자 뒷방으로 들어가 돼지저금통과 고깔모자 등을 차례로 만져보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할애비에게 물건을 건네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방에 들어가서는 익숙한 행동으로 문을 열고 자동차를 탔습니다. 클랙슨을 눌러 소리를 내는 작동방법을 보여주자 신기한 듯 따라 눌렀습니다. 소민이 손가락 힘이 부족해 마음대로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거실에 내려온 후에는 제일 먼저 필통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필통에 꽂힌 필기구 중에 노란 메모리 펜을 꺼내들었습니다.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자 않자 옆에 있던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뚜껑을 열어 달라는 뜻이겠지요. 뚜껑을 열어 소민이에게 건네주자 자기가 살짝 닫았다가 다시 뚜껑을 여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도 뚜껑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과시(?)하는 모양입니다.
소민이를 안고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꽃들을 한번 쭉 둘러보고는 환풍기 돌아가는 것을 쳐다봤습니다. 시선을 돌려 벽에 걸려있는 공예품에 머물더니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물건이름을 얘기하자 다음 물건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물건... 말문이 터지면 “할아버지! 이건 뭐야? 저건 뭐야?”하며 끊임없이 물을 것 같습니다. 저녁은 하늘정원에서 모처럼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습니다. 소민이는 식탁의자에 앉히고 할머니가 준비한 닭백숙을 먼저 먹였습니다. 어른들이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하자 소민이가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자기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졌습니다. 할머니가 과자를 가져와 건네주자 먹는 동안은 조용해졌습니다. 과자를 다 먹고 나면 어른들 쪽을 쳐다보며 다시 소리를 내고 반응이 없으면 큰소리를 질렀습니다. 동일한 과정이 몇 번 반복되자 아빠가 오이 조각을 하나 건네주었습니다. 뜻밖에, 소민이가 오이를 먹느라 조용해졌습니다. 맛이야 별 없겠지만, 씹을 때 식감이 괜찮은가 봅니다. 하늘정원엔 저녁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서리풀공원’ 위에 걸린 석양과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여 조손이 함께할 놀거리를 찾았습니다. 소민이가 좋아할만한 TV ‘어린이나라’ 음악프로를 틀어주었습니다. 선 자세로 가만히 화면을 보고 있다가 어떤 음악이 나오면 몸을 살짝살짝 흔들고, 다른 음악이 나오면 손뼉을 쳤다가 어떨 때는 지켜만 보았습니다. 화면 속 애니메이션의 움직임과 음악의 리듬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손녀의 재롱을 보는 사이 밤은 깊어가고,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약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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