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낯설지 않아요
(2020.5.31.)
소민이가 아빠에게 안겨 할애비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만날 때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웃음 짓는 일은 처음인가 봅니다. 소민이가 필통에 꽂혀있는 펜을 들고 나와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뽑아서 흩어놓은 펜들을 필통에 넣도록 시키고, 제대로 넣으면 잘 한다고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조부모가 박수를 쳐주면 기분이 좋은 듯 소민이도 웃으며 박수를 따라 쳤습니다. 그러나 놀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수를 더 받기위해 필통에 있는 펜을 다시 끄집어내고 넣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소민이는 이제 할애비도 낯설지 않고 할머니 집에 대해서도 익숙해져 거리낌 없이 잘 놀았습니다. 아빠가 컴퓨터를 손보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주위를 맴돌며 자동차를 탔습니다. 책상과 책꽂이를 유심히 올려다보다가 무얼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무심코 넘기려다 뭔가 궁금하여 책꽂이 위를 쳐다보았더니 ‘곰인형’이 보였습니다. “소민아! 이 곰 인형 말하니?”하면서 내려주자 함빡 웃음을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요즘 소민이가 인형에 관심이 많다더니 한참동안 들고 다니며 놀았습니다. 할애비에게 안겨 하늘정원에 나가 바깥경치와 꽃들을 구경하고 창문 안에 있는 아빠를 들여다 볼 때도 인형을 꼭 안고 있었습니다.
2층 복도에 올라가 거실소파에 앉아 있는 소민이를 부르자 신기한 듯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주시는 수박을 먹을 때는 불러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수박 맛에 빠져 부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옆방 책장에서 동화책을 꺼내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소민아! 할아버지가 동화책을 읽어줄까?”하며 거실에 앉아 책을 펼치자, 소민이가 서둘러 다가와 내 무릎에 걸터앉았습니다. 책을 읽어주었지만 내용이 별 재미가 없는지 읽어주는 방법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곧 일어나버렸습니다. 장식장 위에 놓여있던 목각 기러기와 오디오 위 오리와 부엉이를 가져와 놀기 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소민이에게 “제자리에 갖다놓으세요~”하며 부탁을 했습니다. 갖다놓으면 “잘 했어요!”하며 박수를 쳐주자, 필통에 펜을 챙겨 넣을 때와 같은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소민이가 요즘 박수와 칭찬받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2층 복도에 올라가 거실을 내려다보거나 컴퓨터 방에서 놀 때 창문 밖에서 “소민아~”하고 부르면 신기한 모양입니다. 창 안 밖이나 아래 위의 층에서 바라보면 같은 높이와 공간에서 마주 할 때와 다른 느낌이 드는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거실에서 놀다가도 부엌에 있는 할머니에게 얼굴을 내밀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할머니와 엄마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부엌 쪽 베란다에서 노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어멈이 거실 쪽으로 오더니 “소민이 어디 갔나? 소민아~”하고 불렀습니다. 깜짝 놀라 베란다와 창고 안을 살펴보고, 서둘러 안방에 들어가 보니 소민이가 TV 리모콘을 들고 태연스럽게 놀고 있었습니다. 이제 소민이가 깜빡하는 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안 되겠습니다. 소민이가 저녁을 먹고 현관에서 아빠에게 안기려고 하다가 집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내게로 안겨왔습니다. 예전부터 집에 돌아갈 때는 내가 안고 주차장으로 갔더니 이제 당연하게 여기는 모양입니다. 손녀가 서먹해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다정다감한 행동을 하니 더 귀여운 것 같습니다.
소민아! 어느새 조부모에게 재롱을 부릴 만큼 자랐구나. 다정다감하게 자라며 사랑 많이 받으세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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