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도 잘 알아요
(2020.7.25.)
소민이가 3주 만에 방문하니 서먹해하려나 생각되어, 평소 좋아하던 작은 공을 들고 맞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민이가 미소를 지으며 앞장 서 걸어 나왔습니다. “소민아~ 공!”하며 공을 앞으로 내밀자 소민이가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공~”하며 따라했습니다. 공을 건네받아 한번 만져보고는 바닥에 내던져 튀어 오르는 모양을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소민이가 낯설어하는 기색도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 해도 공을 던지는 순간 사라졌을 겁니다. 거실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탁자 밑에 있던 꽃씨봉투를 들고 안방에도 들어가고, 옆방에 들어가 북채를 들고 나오는 등 스스럼없이 행동하며 놀았습니다. 소민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해 안전하게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2층에 올라서자 망설이지 않고 하늘정원 나가는 문으로 향했습니다. 엄마가 신발을 가져와 신겨주자 해방감을 느끼는 듯 화분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다가 꽃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소민이가 장식용 작은 돌과 물확에 고인 물, 꽃을 차례로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할애비가 ‘돌~’, ‘물~’, ‘꽃!’이라 발음하면 소민이도 따라하려고 했습니다.
소민이가 작은북을 들고 다니며 놀다가 전화기 옆 메모장과 볼펜에 눈길을 보냈습니다. 색연필과 연습장을 가져다주며 종이에 색칠을 하며 놀도록 했습니다. 색칠을 하다가 색연필 꽁무니를 좌우로 돌리며 조정하는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지난번엔 필기구 뚜껑을 열었다가 닫는 일을 반복하더니... 요즘 물건의 기능과 변화하는 모양에 관심을 가지는 모양입니다. TV ‘어린이나라’를 틀어주자 가만히 서서 노래와 율동을 시청하더니 앞쪽으로 다가섰습니다. TV에 가까이 가지 말고 소파에 앉아서 보도록 했습니다. 소민이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더니 발은 할애비 손등 위에다 올려놓았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모양입니다. “소민아! 우리 동영상 보자~”했더니 소민이가 다가와 무릎에 앉았습니다. 소민이가 등장하는 화면을 재생시켜주자 가만히 지켜보다가 때로는 영상을 만졌습니다. 어떤 장면은 반복해서 보고 싶고 어떤 장면은 싫증이 나는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후식으로 수박을 내놓았습니다. 어른들이 먹을 수박은 크게 자르고 소민이가 먹을 수박은 작게 잘라 따로 담았습니다. 소민이에게 “할머니 드려라~ 할아버지 드려라~”하면 포크로 수박을 찍어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자기도 수박을 먹으며 조부모에게 먹여주는 행동이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어른들은 수박을 다 먹고 소민이가 수박을 먹을 때 할머니가 소민이 행동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할머니 말인즉 “어른들이 먹은 수박은 설탕 가미를 하고 소민이가 먹을 수박은 건강을 생각해 그냥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수박을 먹으며 조부모에게도 건네주는 과정에 어른들이 먹는 수박이 더 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나 봅니다. 소민이가 자기 수박을 설탕 가미한 그릇에 넣었다가 먹는다.”고 했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소민이가 수박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소민이가 포크로 수박을 찍더니 어른들이 먹은 수박그릇 바닥에 남은 과즙을 묻혀 먹었습니다. 소민이의 맛에 대한 인지능력은 어른이나 별반 차이가 없거나 더 앞서 있는 모양입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무시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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