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싫어요!”
(2021.5.8.)
소민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가슴에 긴 리본을 늘어뜨리고 걸어 나왔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 건강하세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소민이가 아빠, 엄마의 뜻과 함께 전하는 내용인 모양입니다. 손녀가 온몸으로 마음을 전하니 카네이션 꽃보다 좋기는 한데, 자라면 곧 부끄러워하겠지요. 할머니가 “소민아 여기가 어디야?”하고 물으니 아무 말이 없더니, 다시 묻자 큰소리로 “몰라요!”하고 말했습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잘 알고 있는 것을 왜 자꾸 묻느냐는 투였습니다. 탁자 아래에 넣어둔 작은 공을 발견하고는 “공!”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자기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계단에 공 던지기 놀이를 할 테니, 할애비가 공을 들고 따라오라는 의미 같았습니다. 공을 끄집어내어 건네주자, 계단 위로 던져 톡~ 톡~ 튕기며 아래로 내려오는 모양을 보며 좋다고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소민이는 할머니 부탁으로 엄마가 사온 강냉이를 먹어보더니, 맛이 있는 듯 더 달라하여 먹었습니다. 전화 수화기를 들고 혼자 전화놀이를 할 때는 마치 상대가 있는 것처럼 말을 제법 잘 했습니다.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다가 2층으로 올라갔지만, 황사가 심해 밖에 나가지 않도록 복도에서 자동차를 태웠습니다. 복도 난간사이로 거실을 내려다보며 놀다가 하늘정원 나가는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먼지가 많아 정원에 나가려면 마스크를 써야하고 신발도 신어야 한다며 만류를 해보았지만, 나가려는 의지가 강해 설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와 신발을 신고 정원으로 나서자, 주위를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어느새 시선이 물분사기에 가서 멈추었습니다. 분사기를 집어 들고는 할애비에게 수도꼭지가 있는 곳을 가리켰습니다. 물을 틀어달라는 얘기인 모양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물놀이를 하면 감기에 걸리고 큰일 난다며 겨우 말렸습니다. 곧 여름이 오면, 소민인 하늘정원에 나가 신나게 물놀이를 할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기척이 없어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나를 보자 책상 위에 있는 장난감 박스를 가리켰습니다. 야구장난감 박스를 들어 보이며 당연한 듯 “이거?”하고 물었습니다. 소민이가 “아니! 이거~”하며 ‘루미큐브’박스를 가리켰습니다. 소민이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거실에 들고 나와 블록을 바닥에 풀어놓고 판을 조립해 세웠습니다. 조손이 블록을 집어 판에 올리며 배열을 하는데,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판이 뒤쪽으로 넘어졌습니다. 소민이는 판이 넘어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아이구! 아이구!”하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어,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할머니도 옆에 앉아 블록을 판에 올리기 시작하자, 소민이가 빈자리를 가리키며 “아빠!”하고 불렀습니다. 네 사람이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정식 게임이야 할 수 없지만 블록을 판 위에 배열하며 3대가 함께 놀았습니다.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오늘 야구놀이는 안 하나?”했습니다. 소민이가 그 말을 듣고는 곧바로 옆방에 가서 야구게임기를 들고 나와, 선수모형을 바닥에 꽂고 공을 앞으로 보내는 버튼을 눌러대었습니다.
소민이가 할머니와 카드놀이를 하다가 계단에 또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내가 카드를 집어 들며 “소민아! 여기로 와~, ‘하~찌’하고 카드놀이 하자”고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소민아! 하~찌는 위에 올라가는 것 싫어~. 여기서 카드놀이하고 놀자~”고 했습니다. 소민이가 계단 앞에서 나를 보며 “나도 싫어요!”하고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말을 갓 배우는 아이가 감정까지 넣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내 귀를 의심했답니다. 집에 돌아갈 땐 주차장에서 차를 타기 편하게 앞쪽으로 좀 빼내자, 소민이가 야무지게 “아빠 혼자 탔네~”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동안 말이 조금 늦나 하고 생각했는데, 말문이 터지고 나니 폭포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랍니다.
소민아! 네가 온몸으로 보내는 어버이날 인사 잘 받았단다. 건강하고 야무지게 잘 자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구나. 언행을 귀엽게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 듬뿍 받으세요.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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