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4~5세

소민이의 어떤 기다림

돌샘 2023. 3. 5. 10:30

소민이의 어떤 기다림

(2023.2.25.)

소민이는 지우 언니랑 여의도 파크원 타워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할머니집에 올 예정이고, 할애비는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면 비슷한 시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점심 약속을 마치고 아파트에 도착해 현관 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소민이가 집 안에서 할아버지 왔다!”하며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습니다. 현관 밖으로 항상 마중 나오던 할애비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책 선물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나를 기다렸나 봅니다. 문을 열고 현관을 들어서자 소민이가 달려와 반가운 듯 덥석 안겼답니다. 자식들 키울 때도 누리지 못했던 호강(?)을 손주들이 자라면서 누리게 되나 봅니다.

 

소민이에게 어린이집 졸업식은 잘 마쳤고, 오늘 지우 언니랑 아빠 회사에 가서 잘 놀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솜사탕이랑 맛있는 것 많이 먹으며 재미있게 놀았다고 했습니다. 할애비 선물은 동화 소녀 종이인형이란 책으로 빨강머리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인형의 몸체와 옷을 가위로 오려 조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민이가 가위질을 하긴 해도 세밀하게 오릴 수가 없으니 아빠, 엄마는 물론 할머니까지 동원되어 열심히 오렸답니다. 할머니도 어릴 때 종이인형을 만들고 놀았다며 옛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아빠랑 2층 컴퓨터 방에서 자동차를 타며 놀다가 내가 올라가니 복도로 나와 화분 위에 놓인 조개껍질을 만지며 놀았습니다.

 

소민이가 내게 다가와 TV 어린이나라를 틀어 달라고 했습니다. 할애비가 TV 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니, 소민이가 TV를 보기 위해 내 말을 잘 듣고 대화할 기회도 더 많이 생겨 좋습니다. ‘카봇을 보다가 할머니가 주신 딸기 우유를 좋아하며 먹었는데, 다 먹지 않고 남긴 걸 보니 맛이 예상보다 못한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낮잠을 자지 않고 오전부터 아빠 회사에서 신나게 놀아 피곤한지 평소와 달리 거실 바닥에 엎드리거나 눕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평소처럼 소민이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권했습니다. 졸려서 싫다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귀엽게 노래를 잘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답니다. TV를 보는 도중에 아빠, 엄마가 집에 돌아갈 준비가 끝났다고 하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