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숲길과 추억의 조형물
(2024.10.26.)
중학 동창 몇 명과 공덕역 부근 맛 집에서 점심을 먹고 경의선 숲길 산책에 나섰다. 경의선 철도 중 용산-가좌 구간이 지하화 되고, 옛 철길을 따라 숲길이 조성되어 산책할 만하다는 권유에 따른 것이다. 날씨가 포근한 주말 오후라 휴식이나 추억을 즐기려 나온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덕역 부근에서 시작해 서강대역을 지나 홍대입구역까지 걸었다. 주변에는 정원과 꽃밭을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과 벽화,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카페들이 들어서 구경거리가 쏠쏠했다.
산책을 하던 도중 철로 변에서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조형물을 발견하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남녀 아이의 모습인데 여자 어린이는 철로의 레일 위에서 양팔을 벌인 채 균형을 잡고, 남자 아이는 엎드려 얼굴을 옆으로 돌린 자세로 귀를 레일에 대고 뭔가에 집중했다. 외줄 레일에서 균형을 잡고 걷는 모습은 요즘도 폐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광경이다. 그러나 남자애의 엉뚱한 행동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많지 않으리다.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로 돌아가면, 어린이 놀이시설이라고는 별 없고 주변이 그냥 놀이터였다. 기차가 지나간 직후에 철로 레일에 귀를 갖다 대면 기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또글~ 또글~’하며 아련히 들려왔다.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인 양, 증기기관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앞을 다투어 철길로 뛰어들었다.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야단을 쳤지만, 개구쟁이들은 쉽게 그만 둘 수 없는 놀이였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살아온 세대가 경제 발전을 이루어 추억의 조형물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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