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2024 연말 제부도 해넘이

돌샘 2025. 1. 4. 12:29

2024 연말 제부도 해넘이

(2024.12.31.)

2024년 마지막 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는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간 해넘이를 구경하러 강화도 장화리 일몰조망지동검도를 방문했는데 오갈 때 교통 정체가 심했다. 올해는 여러 생각 끝에 대부도 남쪽에 있는 전곡항에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 교통이 예상외로 원활해 목적지에 도착하니 일몰까지 1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다. 전곡항과 제부도를 왕래하는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섬에 들어가면, 전망이 더 좋은 해넘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북쪽 바다를 바라보니 누에섬 전망대와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모습이 까마득히 보였다. 남쪽 발아래로는 육지와 제부도를 연결하는 갯벌 도로 위로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밀물 때인가 보다. 바다를 건너 탑승장 밖으로 나오자 섬을 일주하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차장 너머로 서해 바다가 나타날 즈음 붉은 해는 뉘엿뉘엿 수평선 가까이로 다가서고 있었다. 눈에 익은 매바위 부근에 내리니 겨울 바닷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아름다운 해넘이 절경을 감상하느라 추위를 잊었다.

 

하늘엔 황금빛 노을이 불타고, 바다엔 아름다운 윤슬이 반짝이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윽고 석양이 바다에 시뻘건 쇳물을 쏟는 듯하더니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또 한 해가 저물었다. 하늘빛이 검붉은 색을 띠기 시작하자 수평선 위 조그만 섬들은 실루엣으로 변해 갔다. 찰랑이는 물결소리를 들으며 물끄러미 매바위를 바라보니 부근에서 조개를 캐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제부도는 물론이고 찾아 온 사람도 많이 변해 버렸다. 땅거미가 내리고 방문객들이 흩어지자 갑자기 추위가 온몸을 엄습해 왔다.

 

제부도에서 전곡항으로 나올 때 밤바다의 누에섬과 풍력발전기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갯벌 도로는 물 위에 드러나 가로등이 켜졌지만 오가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케이블카 철탑에 켜진 화려한 조명이 다양한 빛깔로 변하는 모습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방아머리해변에 들러 조개칼국수를 먹고 시화방조제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걸려 온 손주들의 안부 전화를 받고 나니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기보다 희망찬 새해를 맞을 생각이 앞섰다.

 

(전곡항과 누에섬)

 

 

(케이블카  타고 제부도)

 

 

 

(해넘이의 장관)

 

 

 

 

(케이블카 타고 전곡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