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마당놀이 모듬전 관람

돌샘 2025. 2. 21. 09:52

마당놀이 모듬전 관람

(2025.1.24.)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연극이나 뮤지컬은 물론이고 대중이 모이는 공연장에는 발길을 끊었다. 이제 큰 위험은 사라졌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어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요즘 남산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마당놀이 모듬전'이 인기라는 소문을 들었다. 마당놀이에서 모듬전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심청전, 춘향전, 놀부전에서 중요한 장면을 꿰맞춰 흥과 해학을 강조한 공연이라 했다. 마당놀이는 관객과 함께하는 흥겨운 공연이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겸 하여 어렵사리 예약을 했다.

 

지하철 동국대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국립극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얼른 올라탔다. 어둠이 내려앉은 남산 자락 야외에 도착하자 불 켜진 건물 주위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관람객들이 보였다. 극장 입구에는 마당전이름이 적힌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안내원들은 팻말을 들고 입장객들에게 무언가를 권유했다.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극장에 입장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라는 이색적인 안내였다.

 

극장으로 들어가니 흥겨운 국악 연주 속에 출연진들이 엿을 팔고 있었다. 공연은 춘향전과 심청전, 놀부전을 뜻밖의 장면에 연결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신나는 춤판이 벌어지면 손뼉을 치며 흥을 돋우었고, 심청이 눈먼 아버지와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이 이어졌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공연 중간에 이동하는 관객들을 보고서야 입장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안내 이유를 알게 되었다.

 

멋진 공연장면을 영상에 담고 싶었지만 촬영 금지라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과 공연이 끝나 관중들과 어울리는 장면만 잠깐 촬영했다. 공연이 끝나자 밤 10시쯤 되었다. 남산 N탑은 다양한 빛깔의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겨울밤인데도 날씨가 포근해 지하철역까지 천천히 걸었다. 흥겨운 음악의 여운이 남아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