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재미나게 놀고 싶어요
(2013.9.15)
어제 저녁에 준모가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겨 병원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오늘 새아기가 출근하면 아범과 함께 조부모 집에 온다는 전화를 받고 밤새 걱정도 많이 하고 오전부터 기다렸는데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부자간에 늦잠을 잤는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눈길이 온통 준모의 행동거지에 집중되었는데 평상시와 같이 활발하게 놀기 시작하고
이마를 짚어 보아 열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저으기 안심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준모가 2층을 오르내리고 소파에서 웃으며 뒹굴고 장난을 치니
할머니가 새아기에게 보내주어야겠다고 얼른 사진을 촬영하여 카톡으로 보낸 모양입니다. 정말 잘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부모 마음에 자식이 아픈 것을 보고 출근을 하였으니 근무를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터이니
안심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지요.
아픈 뒤끝이라 밖에 나가지 않고 가급적 집에서 놀도록 동영상과 TV도 보여주고
오르골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여 가지고 놀도록 하였습니다.
잘 논다고 박수를 쳐주면 본인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이윽고 준모가 집안의 전등 스위치라고는 모두 켰다가 끄기를 반복하였는데 옥상출입구 외등스위치는
안에서 켜면 밖에 있는 전등에 불이 온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내고는 안팎을 왔다갔다 반복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스위치는 안아서 들어 올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외등의 경우에는 안에서 스위치를 켜도록 해주고
문을 열고나가 전등에 불이 온 것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번거로운 과정이었는데
준모는 유독 외등을 켰다가 끄는 일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반복해주기를 바라니 할애비가 오늘의 첫 번째 벌(?)을 서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실내에서 노는 일에는 흥미의 한계가 있는지 현관에 세워둔 장난감 자동차를 가리키며 밖에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자동차를 밀면서 중앙광장으로 나왔으나 노는 아이들이 아무도 없으니
놀이터까지 한 바퀴 돌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조금 놀다가 또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광장에 나갔을 때는 모처럼 다른 아이들도 몇 명 나와 있었는데
나이가 많으니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자동차를 밀고 갔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움직여 그 아이들과 놀려고 접근해갔으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노는 방법이 다르니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후문 부근에서 장보려고 나온 할머니를 만났는데 같이 가려는 의사를 나타내 문밖으로 자동차를 들어 옮겼습니다.
준모가 자동차를 밀고 가려고 해서 차가 다니니 자동차를 타야만 갈 수 있다고 했더니
준모는 자동차 타기가 싫은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준모가 말뜻을 잘 알아들은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혼자 장보러가고 할애비와 중앙광장에서 더 놀다가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저녁 무렵과 밤에도 집에서 놀다가 심심하면 밖에 나가자고 졸라
준모를 데리고 아파트를 오르내리는 두 번째 벌(?)을 서야했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준모 고모가 와서 추석선물로 사놓았던 자석그림판을 주었더니
준모가 마음에 드는지 박수도 치고 고모 볼에 뽀뽀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림판에 줄을 긋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며 가지고 놀다가 아래쪽 레버를 당기면 지워진다는 사실을 배우고는
그리고 지우는 놀이에 열중하였습니다.
한참동안 그림판을 가지고 놀다가 말놀이를 시작하였는데 준모가 할애비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같은 모습으로 기어 다니거나 발목을 잡고 뒤따라오기도 하였습니다.
식탁의자에 준모를 앉히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머리, 눈, 코, 입 등을 부르면 준모가 자기 몸의 해당부위를 가리키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얼굴부위를 하나씩 모두 가리키게 한 후에 ‘준모야! 배꼽 어디 있나’하니까 내의를 들추고 정확하게 배꼽을 눌렀습니다.
놀다가 심심해지면 수시로 체중계에 올라서서 빨갛게 켜지는 숫자도 들여다보고 할애비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밤 10시도 넘어서고 새아기 마중 겸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잠든 준모를 안고 내려가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는 과정에 잠이 깨 조금 칭얼대었으나
할애비, 할머니가 차 양쪽에 서서 달래니 금방 울음을 그치고 엄마 만나러 출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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