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건강이 효도의 첫걸음이니라

돌샘 2013. 9. 27. 22:04

건강이 효도의 첫걸음이니라

(2013.9.17)

준모가 요즘 때때로 열이 나지만 낮에는 그런대로 잘 노는데 밤이 되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여 고생을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병원에 들렀다가 인사차 조부모집에 온다기에 준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아범이 전화를 했는데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니 소견서를 써줄 테니

종합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아보라는 진단을 하여 성모병원에 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종합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지며 시간은 정지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조부모 마음이 이러한데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아범, 어멈이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 할 수도 있겠고 우리도 준모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여 마음이 잡히지 않으니

서둘러 점심을 먹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준모를 만나니 왼손에는 링거 주사기가 꽂혀 있었고 휠체어에 앉아있었습니다.

할애비를 보자마자 안기려고 두 손을 뻗어왔습니다. 어린것이 영문도 모른 체 얼마나 아프고 갑갑할까?

휠체어에 부착된 벨트를 풀고 얼른 안으니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가보자고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안고 할머니는 링거 지지대를 밀면서 준모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천천히 돌아다녔습니다.

준모는 안긴 채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어 대기 순번표를 직접 뽑아들고는 안내테이블에 서있는 아저씨에게 주었다가 다시 받기도 하고

자동 처방전 발급기 버턴도 이것저것 눌려보는 등 병원에서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해보는 듯 했습니다.

아범, 어멈은 아직 점심을 들지 않았다기에 식사를 하도록 하고 준모를 돌보고 있으니

링거를 꽂은 체이기는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활발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결과가 나온 사항은 별반 문제가 없으나 나머지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을 수령하기 위하여 대기의자에 앉아있는 동안 준모는 아범에게 안긴 체 잠이 들었습니다.

올 추석에 새아기는 회사근무로 인하여 할머님 댁에 내려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범과 준모는 찾아뵙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준모가 이렇게 몸이 불편하니 추후 날짜를 잡아 인사하러 가는 것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증손자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실 텐데...부득이 그 뜻을 받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준모야! 네가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부모도 눈앞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듯했는데

부모마음은 어떠했겠느냐. 아마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을 게다.

부모는 항상 자식이 아플까봐 걱정한다고 하지 않더냐.

자식이 건강하여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자 첫걸음이 되느니라. 알겠느냐... 

 

(할애비는 손자 아픈 기억을 되살리기 싫어 병원에 있는 준모 모습을 촬영하지 않았으나

아범이 다음에 준모에게 보여주도록 했으면 좋겠다기에 몇 장 찍은 것을 올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