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서 병원에 갔어요
(2013.9.10)
지방출장을 마치고 용산역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니 준모가 잘 놀기는 하는데
몸에 열이 나서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 하겠다기에 준모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병원에는 다녀왔고 목 안이 많이 부어 열이 난다는 의사선생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준모의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제법 나는데도 예나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면서 잘 놀았습니다.
어른 같으면 아프다고 몸져누웠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고 몸이 불편하니 그런지 외출하자는 의사표현은 하지 않고 할애비 스마트 폰의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하여 조손이 같이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예전 준모의 행동을 촬영해두었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안고 있으니 준모의 체온이 보통 때보다 높다는 느낌이 몸으로도 전해져 왔습니다.
장난감 농구놀이도 하고 오르간도 연주해보고 자동차를 타더니 엄마 옷을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놀다가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듯이 행동하여 얼른 동영상을 찍어 준모에게 보여주었더니 큰소리로 웃으며 열 번도 넘게 반복하여 보았습니다.
본인의 행동을 직접 보니 더욱 우스운 모양입니다.
베란다에 나가서는 구르는 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타기도 하더니 거실에서 할애비가 기어 다니는 자세를 취하니
준모가 말을 타듯 이 방향 저 방향 번갈아 가면서 등에 올라타고는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준모에게 저녁을 먹이니 오늘도 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빨리빨리 먹여주지 않으면 식탁으로 올라가 직접 먹으려고 들었습니다.
식사를 한 후 약을 먹이고 조금 있으니 열이 다소 내린 것 같았는데
준모가 거실 창밖을 한참 내다보더니 드디어 할애비 손을 잡고는 외출하자고 졸라대기 시작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지금 어두우니 몸이 다 낫고 나서 다음에 외출하자고 이야기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긴 옷을 입히고 잠깐 바람만 쐬고 들어오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관을 나서자 준모가 밖에 세워두었던 자동차까지 밀고 가려고 하여
할머니가 말렸지만 주장을 한번 내세우면 쉽게 거두어들이는 도련님이 아니지요.
아파트를 나와서는 준모에게 자동차를 타라고 해도 타지 않고 밀고 가는데
할머니와 앞서 가다가 할애비가 보이지 않으니 나를 찾아 되돌아왔습니다.
얼굴이 보이는 정도의 거리까지 왔기에 곧 따라 갈 테니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였더니 확인을 하고서야 다시 앞으로 나갔습니다.
준모가 이렇게 할애비를 살갑게 대해주니 틈만 나면 더욱 준모가 보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이겠지요.
비온 후의 저녁이니 공원에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준모가 자동차를 밀고 뛰어가기도 하고 뒤쪽으로 당기고 방향을 틀기도 하면서
큰 소리로 깔깔대고 웃으니 할애비와 할머니도 덩달아 웃었지요.
아파트 저층 주민들이 보았으면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조용한 저녁에 조손이 저렇게 크게 웃는지 궁금해 하였을 겁니다.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에 들어올 때 할머니가 현관문에 부착된 뚜껑을 밀어올리고 번호 키를 누르니
준모가 그것을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할애비에게 안아달라기에 안아 올려주었더니
뚜껑을 내렸다 올리고 번호 키 누르기를 계속 반복하여 그만하도록 내려놓으려고 하였으나
소리를 지르며 문을 꼭 잡고 놓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안고 서있어야 하는 벌(?)을 섰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 할 즈음 할머니가 준모 체온을 다시 측정해 보니 조금 내려갔던 체온이 다시 올라간 모양입니다.
식간에 먹이는 약을 먹였습니다. 열이 나고 몸이 불편한데도 준모의 장난과 놀이, 활발한 행동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준모가 조금 덜 움직이도록 하려고 스마트 폰 동영상을 다시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동영상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할머니가 준모에게 세수를 시키는 중 준모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을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세수가 끝나면 할애비가 나갈 때 같이 나가려고 할까봐 서둘렀지요.
집에 도착하니 준모가 어떠한지 궁금하여 전화를 하니 준모는 잠이 들었지만 열이 내리지 않아
할머니가 수건을 찬물에 적셔 이마에 올려주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준모야! 네가 아프면 본인이 고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분들도 걱정하니
약 잘 먹고 푹 쉬어서 빨리 나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야한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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