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정이 많고 표현도 잘해요

돌샘 2013. 10. 2. 21:21

정이 많고 표현도 잘해요

(2013.9.28)

오늘은 준모가 아범, 어멈과 함께 추석 명절 인사차 조부모집에 왔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아범과 준모는 다녀갔지만 새아기는 회사근무로 오지 못하였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준모가 우리 집에 오면 집구조가 다르니 둘레둘레하다가 적응하곤 했는데

오늘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들어오지도 않고 바로 2층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집 구조의 차이점을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서 준모는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할머니가 먹여주었는데

조금 부족한지 다 먹은 빈 그릇을 들고 엄마에게 다가가 보여주며 더 달라는 의사표현을 하였습니다.

외출을 하고 싶을 때는 식탁에 앉아있는 할애비의 손을 잡아끌고 현관 쪽으로 갔습니다.

준모가 어떤 부탁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내용에 따라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면 해결이 잘되는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서 과일을 먹는데 준모에게 ‘하나 줘’하고 입을 벌리면 포크로 과일을 찍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신발을 차에 두고 와 현관에 자기 신이 없으니 준모가 할애비의 커다란 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열려는 모습에는 개구쟁이의 끼가 흘러넘치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전등 스위치를 켰다 끄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은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어느 전등이 켜지고 꺼지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거실 앞쪽 끝 부근에도 스위치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거실 확장부에 있는 전등용이고 다른 하나는 안방 앞쪽 베란다 전등용입니다.

베란다 문이 닫혀 있어 스위치 2개를 켜도 거실 쪽 전등만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준모는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몇 번 스위치 누르기를 반복하더니 베란다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그 곳에 전등이 켜져 있으니 준모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습니다. 준모가 위대한 발견을 한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모두들 박장대소하여 집안이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현관 인터폰 모니터를 누르면서도 한참을 놀았습니다.

아범, 어멈이 집으로 돌아갈 때 명절 하직인사를 하니 준모가 이를 보고는 방석에 앉아 조부모에게 절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모두들 준모가 절하는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손뼉을 쳐주니 신이 나서 본인도 손뼉을 치며 몇 번이나 반복하여 절을 하였습니다.

조금 가르쳐주면 내년 설에는 준모가 세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차장으로 안고 내려가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채운 후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니

준모가 할머니와 할애비 손을 교대로 붙잡고 차에 타라고 잡아당겼습니다.

타지 않고 서있으니 비어있는 조수석을 연신 가리키며 타라고 재촉하였습니다.

나중에는 할애비 어깨 옷을 잡고 차에 타도록 힘껏 당겼습니다.

차 문을 닫고 손을 흔들어주니 직접 커튼을 들어 올리고 조부모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준모의 다정다감한 행동에 할머니와 할애비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아 그 장면을 두고두고 눈앞에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조부모가 손자를 아무리 좋아하고 귀여워하여도 손자가 따뜻한 정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을 가진다해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리 준모는 정도 많고 표현도 곧잘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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