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댁 창고 정리해드렸어요
(2013.11.16)
준모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 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준모가 앞장서서 걸어 들어왔습니다.
아파트 주민이 출입문을 열었을 때 아범과 함께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할애비가 ‘준모야!’하고 부르니 웃음으로 대답하고는 신발을 스스로 벗으려고 하기에
‘할아버지가 벗겨 줄께’하였더니 현관 경계 턱에 앉아서 벗겨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신을 벗자마자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전등을 켜고는 위로 올라가서 여기저기를 시찰하였습니다.
점심식사 준비가 끝나자 할머니는 거실에서 준모 점심을 먹이기로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준모가 식탁으로 다가오더니 할애비 손을 잡아끌고는 계속 놀자고 하였습니다.
‘준모야! 점심 먹고 놀아야지’했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안나, 안나’라고 하였습니다.
‘안나, 안나’라는 말은 ‘아니야, 아니야’하는 뜻인 모양입니다.
준모 생각에 본인의 의사를 거절하지 않고 잘 받아주는 사람 중 한명이 할애비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점심은 조금 후에 먹더라도 당연히 놀아주어야겠지요.
준모가 배가 고플 시간이 되었는데도 점심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 할머니가 어린이용 과자를 하나 주었더니
맛이 있는지 먹고는 또 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할머니가 밥을 먹어야 과자를 준다고 했더니 과자를 먹고 싶은 마음에 준모가 밥을 얼른 다 먹었습니다.
나중에 장난을 치며 놀다가 ‘준모야!’하고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을 때면
‘대답을 잘 해야 과자를 주지’하면 준모가 ‘네’하고 예쁘게 대답을 잘하곤 하였답니다.
옥상 하늘정원에서 외등을 켰다가 끄는 놀이를 반복할 때는 고모가 보조도우미 역할을 하도록 하여
할애비와 준모가 외등 앞에 서서 손을 올리면 등을 켜고 내리면 등을 끄도록 하였더니 준모가 웃으며 손뼉을 치고 좋아했습니다.
할애비와 마주보고 앉아 손뼉을 치며 놀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습니다.
준모가 이제 동영상 중에서 보고 싶은 장면만 골라서 보는 방법도 알고 있으며
아이콘을 보고 카카오톡도 연결하여 이것저것 눌러서 엉뚱한 사람에게 이상한 문자를 보내기도 한답니다.
준모가 무작위로 보낸 이상한 기호로 이루어진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은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확인하는 회신을 보내오기도 하였답니다.
그러다가 창고에 들어가서는 재활용품 저장 상자에서 병을 꺼내어 병뚜껑을 하나하나 분리하였습니다.
재활용품 분리원칙은 준모가 한 행동처럼 병과 뚜껑을 분리해야 하는데 분리했을 경우 병에 남아있는 액체가 흘러나오는 일이 있어
닫아둔 상태로 두었는데 준모가 여러 개의 병뚜껑을 열어서 일일이 분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가 잘못해 놓은 것을 시정하는 것처럼 천연스럽게 작업을 하였습니다.
준모가 할머니 댁 창고의 재활용품을 분리원칙에 따라 제대로 정리해주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할머니 댁에서는 처음으로 화장실에 설치한 어린이용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준모가 할애비와 놀다가 불현듯 손을 잡아당기고는 소파 위로 올라가서 앉았습니다.
동영상을 같이 앉아 보자는 의사표현이지요.
스마트폰의 동영상을 켜주니 무릎에 앉아서 머리를 할애비 가슴에 기댄 채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골라보더니 스르르 잠이 오는 모양입니다.
자는 것 같아 몇 번 고개를 숙여 얼굴을 보았으나 완전히 잠들지는 않고 실눈을 뜨고
동영상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느 듯 깊은 잠이 들었나 봅니다.
거실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주었더니 어느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하여 출발할 때까지 새근새근 평온한 모습으로 잠을 잤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문화센터에도 다녀오고 할머니 댁 창고도 정리해드리느라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준모야! 다음 주말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재미있게 놀자구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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