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 건드리지 마!
(2017.6.25.)
모두들 둘러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준모는 나에게 조금 있다가 도와달라고 청하였습니다.
학용품 가게 놀이를 하려고 준비물을 많이 가지고 왔으니 진열하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갈 것으로 예상되나 봅니다.
‘준모가 직접 준비를 하면 할아버지가 도와주지’하여 준모가 주도적으로 준비를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조손이 한 가지 일을 두고 의도하는 방향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준모는 여러 사람들과 가게 놀이를 하면서 부수적으로 현금 수입도 기대를 하고,
할애비는 준모가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큰 숫자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조손이 학용품 진열에 열중하는 동안 지우는 오빠가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고
좋아하며 2층에 올라가서 놀다가 내려왔습니다.
오빠와 할아버지가 창문가에 학용품을 진열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무언가 돕는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안방에서 빗을 가지고 나와 할애비 머리를 열심히 빗겨주기도 하였습니다.
놀이준비가 모두 끝나자 내가 첫 번째 손님으로 등장하여 가게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장님! 여기 있는 장식물은 하나에 얼마씩입니까?’하고 물으니 ‘만원입니다.’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만원은 너무 비싼데 좀 깎아주세요.’하니 조금 망설이다 ‘하나에 천원입니다.’하고 가격을 크게 내렸습니다.
세 개를 골라 ‘모두 얼마지요?’ 물으니 처음엔 ‘이천 원입니다.’라고 해서,
다시 셈을 해보도록 하니 ‘삼천 원입니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삼천 원을 주면서 ‘사장님! 영수증 써 주세요.’하자 종이에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로 각각 삼천 원을 써서 주었습니다.
할머니도 학용품을 사고 고모와 아빠도 차례로 물건을 샀습니다.
준모에게 가격을 셈하도록 하고 영수증을 일일이 쓰도록 하였더니 바쁜 모양입니다.
놀이가 장시간 진행되자 준모가 놀이터에 나가서 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물건 값은 물론이고 큰돈을 받고 돌려주어야 할 거스름돈도 셈하고
영수증도 써야 하니 머리가 조금 아팠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재미나게 하였던 놀이지만 아빠 엄마가 곁에 있으니 다소 멋쩍은 모양입니다.
남매가 조부모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는데 중앙광장을 지나자 모두 손을 놓고 앞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흐려 아이들이 뛰놀기에는 좋았습니다.
미끄럼과 회전놀이기구도 타고 술래잡기도 하며 깔깔거리며 마음껏 뛰어놀았습니다.
지우는 미끄럼틀 위에서 봉을 잡고 매달리기도 하고 미끄럼을 탈 때 바로타지 않고 엎드려 내려오는 등
오빠가 노는 모습을 보고 배운 탓인지 공주님답지 않게 선머슴(?) 같은 면도 보여주었습니다.
준모가 미끄럼틀 위에서 초등학생 형과 놀다가 의견충돌이 생겼는지 볼멘소리를 해 ‘사이좋아 놀아야지.’하며
당부를 했는데 지우가 그 장면을 눈여겨보았던 모양입니다.
초등학생이 미끄럼틀에서 내려오자 지우가 다가가 다짜고짜로 ‘뭐라~ 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야기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 오빠 노는데 건드리지 마라!’고 경고하듯이 쏘아대는 분위기였습니다.
지우가 오빠를 위해서 당차고 당돌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리저리 뛰노느라 남매가 모두 땀을 흘려 집에 가서 목욕을 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가 남매를 차례로 목욕시켜주자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한 모양입니다.
준모는 소파에 앉아 TV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지우는 베란다에 나가 자동차를 타고 놀았습니다.
지우가 베란다 옆 창고에 있던 과자를 발견하여 들고 나와 봉지를 뜯어달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각자 그릇에 과자를 담아 준모와 지우에게 전해주자 집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손가락마다 고깔콘을 끼워 흔들어 보이기도 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우가 과자를 다 먹고는 소파 위 내 곁에 와 앉았습니다.
내 손가락을 만지며 가만히 앉았기에 잠이 오나 했는데 어느새 할머니에게 가서 안겼습니다.
준모와 나는 다시 학용품 가게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준모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만 원짜리를 내놓아 여러 가지 화폐로 다양하게 물건 값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과정을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새아기가 닭강정을 사와 저녁을 겸해 나누워 먹고는 가게 놀이를 다시 진행했습니다.
할머니도 손님으로 참여하였는데 식후라 분위기가 다소 처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건 값과 거스름돈 계산에 머리가 아픈지 준모가 다시 놀이터에 놀러가자고 하였습니다.
이미 저녁이 되었고 밖에서 놀고 목욕을 하면 갈아 입힐 옷도 없는 터라 다음 기회에 놀기로 하였습니다.
준모는 더 놀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제 참을 줄도 아는 어린이가 되어 지우와 함께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재미있게 잘 놀았니?
너의 천진난만한 언행 중에 철든 행동이 언뜻언뜻 보여 세월의 빠름을 실감했단다.
지우야! 네가 창고에서 발견하여 먹은 과자 맛있었니?
오늘 오빠를 위한 너의 행동을 보고 할애비가 감동했단다.
우리 도련님! 공주님! 안녕~ 또 만나요. 건강하고 해맑게 잘 자라세요.
(준모와 지우의 공통 이야기지만 편의상 지우의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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