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주도여행 넷째 날)
이른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기다려봤지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을 챙겨 계획대로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일출봉 입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세찬 바다바람까지 가세했다. 잠시 망설이다 비닐우의를 사 입고 그 위에 우산을 썼다. 일단 입장권이 필요 없는 ‘수마포해안’ 언덕에 올라 성난 파도가 몰아치는 일출봉아래 절벽과 ‘해녀의 집’ 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얼굴에 날아드는 빗방울이 따갑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성산일출봉 정상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세화해변’과 ‘함덕해변’ 쪽으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조선시대 진성인 ‘별방진’을 둘러보고 세화해변과 ‘김녕풍력연구단지’ 부근에 잠시 쉬며 숨을 고른 후, 함덕 ‘서우봉’으로 향했다.
서우봉아래 해변 산책로를 걸으니 멀리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함덕해변의 정취가 멋있어 보였다.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해변으로 접근해가자 암초들을 연결하는 작은 가교가 보였다. 거센 파도가 암초에 부딪혀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파도와 파도사이의 시차를 이용해 재빨리 가교를 건너야 물벼락을 피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물가에 서서 세찬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와 부서지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점심때는 칼국수를 잘한다는 음식점을 찾았다. 줄을 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어, 음식 맛도 괜찮고 푸짐했다.
제주 국제여객터미널에 들러 ‘사라봉’을 올려다보니 언덕 위 등대가 반갑게 보였다. 몇 년 전 딸애와 함께 왔던 여행첫날 저녁산책을 하며 텅 빈 여객터미널을 내려다보았던 그 언덕과 등대였다. 탑동 방파제를 지나 해안도로로 접어드는 곳에 이르자 ‘용연’이 보였다. 흔들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용연 물빛은 말 그대로 쪽빛보다 더 푸르렀다. 한번 왔던 곳이라 정자며 계곡 양쪽 절벽을 이루는 지형과 숲이 눈에 익었다. 이제 날씨도 개였으니 제주도를 횡단하여 정반대편 바닷가에 있는 ‘정방폭포’로 방향을 잡았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랐더니 성판악 산악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비온 후 산간지역이라 안개가 끼기 시작해 점점 짙어지더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초행길에 심한 안개마저 끼었으니 깜박등을 켜고 천천히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바짝 긴장한 탓인지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간신히 산간지역을 통과해 평지로 내려오자 안개는 개고 햇볕이 났다.
꿈속 같았던 안개를 헤치며 정방폭포에 도착했다. 언덕길 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자 멀리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방폭포는 언제 보아도 시원스러웠다. 폭포수가 직접 해변으로 떨어지니 더 웅장한 느낌이다. 바닷바람에 폭포수가 살짝 날리었다. 해안가 해녀들의 노점을 보자 해삼이랑 멍게랑 소주한잔 하던 옛 생각이 났다. 나오는 길에 ‘서복전시관’이 보였지만 그냥 지나치고 피로를 풀 겸 ‘족욕카페’를 찾았다. 거리가 조금 멀었지만 예전에 한번 들렀던 가게를 찾았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따뜻한 족욕을 하고 있으니 땅거미도 내리고 졸음도 몰려왔다. 돌아가는 길에 회를 포장해 숙소에서 반주를 하며 피로를 풀기로 했다.
(성산 일출봉, 별방진)
(서우봉, 함덕해변)
(사라봉, 용연)
(정방폭포, 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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