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주년 기념 제주도여행
(2019.10.15.~10.19)
올 9월 22일은 우리가 부부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기쁜 일과 때로는 슬픈 일이 오고 갔지만 세월만큼은 쉬지 않고 흘렀나보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결코 짧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젊은 날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 결혼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이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아들 내외와 딸 내외 그리고 올곧게 잘 자라는 손주들일 것이다. 40년 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 신혼여행을 갔었는데, 오늘은 차분한 마음으로 결혼 40주년 기념 제주도여행을 떠난다.
(2019년 제주도여행 첫째 날)
아들과 새아기 그리고 사위와 딸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 편과 숙소, 렌트카를 미리 예약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일찌감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이륙하여 제주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공항에서 렌트카업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흐렸던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급된 렌트카는 ‘스마트키’를 이용하는 승용차로 운행중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작동방법에 대해 거듭 확인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미리 파악해 둔 식당을 찾아 운전을 하는데, 새 차라 브레이크가 예민하게 작동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찾아간 식당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왕 늦은 점심. 계획대로 제주시 서쪽 해안부터 바다경치 구경을 시작하고 적당한 곳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용두암해안도로 주변 ‘용두골’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가 해물뚝배기와 성게미역국을 시켰는데 바다도 보이고 음식 맛도 괜찮았다. 이번 여행은 명승지와 맛집을 찾는 통상적인 관광 외에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를 겸하기로 했다.
해안도로를 시계반대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비바람이 불었지만 ‘도두봉’아래 갓길에 잠시 정차를 하고 독특하게 생긴 조형물들을 구경했다. 해안과 바다경치를 훔쳐보며 천천히 주행하던 중 특별하게 생긴 등대모양에 이끌려 ‘이호항’으로 들어갔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의 생김새가 제주도 조랑말 같기도 하고 ‘트로이목마’ 같기도 했다. 등대 이름은 ‘이호테우등대’라 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아담한 ‘신엄포구’에 차를 세워 바다와 주변 경치를 둘러보았다. 특별한 경치라기보다는 제주도의 고유한 풍경이 오랜만이라 색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곽지해수욕장’으로 들어가, 인적이 드문 넓은 백사장에 파도가 쉬지 않고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곳이 ‘곽금 4경’에 속하는 ‘장사포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저녁 무렵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하자,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이 비추는 환한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흐린 날씨라 땅거미가 내려앉는 줄도 몰랐는데 해안가 여기저기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주간 관광을 마치고 서귀포 숙소를 찾아가는데, 익숙하지 않은 승용차로 낯설고 어두운 도로를 운전하자니 신경이 곤두섰다. 약간의 혼란과 당황스러움은 있었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야간구경에 나섰다. 재래시장이지만 이색적인 조형물들이 설치되고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추어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시장을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횟집을 찾아들었다. 제주도 별미인 갈치와 고등어 회를 앞에 놓고 여행첫날의 설렘을 달래는 사이 가을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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