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1~2세

선잠 깨면 싫어요

돌샘 2020. 11. 13. 20:30

선잠 깨면 싫어요

(2020.11.7.)

소민이가 내 손을 잡고 현관을 들어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전화 놀이를 하지만 즐거운 표정이 아닙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나 행동도 근래 보기 드물게 무뚝뚝해 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소민이가 차에서 잠이 들었다가 깼다고 합니다. 선잠을 깼으니 웃는 표정은 둘째 치고 울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할애비는 소민이 기분을 띄우기 위해 소민이가 좋아할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소민아! 할아버지하고 동영상 보자~, 어서 여기 와 앉아~”했습니다. 소민이가 스마트폰을 쳐다보더니 내 곁으로 다가와 창턱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소민이에게 어떤 얘기를 하면 뜸을 들일 때도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하면 쏜살같이 달려온답니다. 바라는 것을 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요...

 

소민이가 혼자 2층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혼자 계단을 올라가면 위험해! 손을 꼭~ 잡고 올라가야 돼.”했더니, 뒤돌아보며 할애비 손을 잡았습니다. 손을 잡고는 다리를 크게 벌리며 한 걸음씩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자 복도 난간사이로 내려다보며 아빠~”하고 불러보고는 컴퓨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기어오르지 않고 걸어 올랐다는 것을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나? 구석에 놓여있던 자동차를 끌어내 능숙하게 타고 내리며 앞뒤 자유자재로 운전했습니다. 뒤쪽 짐칸에 넣어두었던 공도 끄집어내어 보여주고 회전의자에도 올라앉아 보았습니다. 아래층에 내려와서는 옆방에 있던 소꿉놀이 장난감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세발자전거도 타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요리한 닭백숙을 먹이려 했지만 싫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소민이가 평소에는 음식을 잘 먹는 편인데, 오늘은 왜 그러나 했더니 속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애나 어른이나 몸 컨디션이 상쾌해야 기분이 좋고 식욕도 당기게 마련이지요.

 

소민이가 오늘은 선잠을 깬 데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웃거나 활동적인 모습이 뜸했습니다. 그러나 소파에 앉아 어린이 프로 핑크 퐁을 보다가 흥이 난 모양입니다. 거실 가운데로 나가 발을 구르며 빙글빙글 돌고 몸을 크게 움직이며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소민이가 예전에 하던 술래잡기를 잊었나 싶어 소민아! 할머니하고 숨바꼭질해봐라~”고 했더니, 당장 얼굴을 벽에 갖다 대고 섰습니다. 자진해서 술래가 되더니 곧 할머니를 찾아 나섰습니다. 소민이가 안방에서 할머니를 찾은 후, “소민아~ 이젠 네가 숨어야지!”했지만 여전히 얼굴을 벽에 붙이고 섰습니다. 숨는 것보다 숨은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마스크를 쓴 채 소민이를 안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차 가까이에서 어멈에게 이제, 소민이는 마스크를 벗겨주라!”고 했더니 소민이가 자기 마스크를 얼른 벗더니 내 마스크까지 벗겨 주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자기 마스크만 벗었는데 오늘은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자기의 갑갑한 경험으로 미루어 할애비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니 효손의 자질을 갖추었나 봅니다. 안전벨트를 매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부모에게 손을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소민이가 집에 도착한 얼마 후, 몸이 불편하던 원인이 자연 해소됐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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