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2~3세 성장기록

말문이 열린 소민이

돌샘 2021. 4. 16. 21:39

말문이 열린 소민이

(2021.4.10.)

벨소리를 듣고 현관 밖에 나갔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민이가 걸어 나와 할애비에게 안겼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할머니께 인사드리라고 할 때는 선뜻 응하지 않더니, 나중에 사과를 깎아주자 볼에 뽀뽀 세례를 날리며 좋아했습니다. 벌써 본인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 시키는 대로 하는 시기는 지난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옆방에 들어가 야구경기용 장난감을 가리켰습니다. 장난감상자를 꺼내자, 들어보고 무거우니 할애비에게 맡기고 먼저 거실로 나갔습니다. 상자를 열어 장난감을 펴놓자, 소민이가 야구선수 모형을 잡고 운동장에 난 구멍에 끼워 하나씩 세웠습니다. 선수들 준비가 끝나자 장난감 뒤쪽 스위치를 당겼다 놓아 공이 튕겨 나가도록 했습니다. 야구게임 자체는 아직 모르지만, 준모 오빠가 가지고 놀던 방법을 눈여겨 봐두었던 모양입니다. 옆방에 있던 자전거를 거실에 내놓으니 소민이가 얼른 올라탔습니다. 페달을 혼자 밟았지만 아직 서툴러 밀어주었더니 좋아하며 자기도 양발을 돌렸습니다. 자전거를 몇 바퀴 타고는 문득 집전화기를 들고 혼자 뭐라 뭐라 얘기를 했습니다. 전화놀이를 하는 듯 한참 얘기를 하더니 , 감사합니다.”하고 끊었습니다. 말문이 트이고 나서는 놀이 방법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하늘정원에 나가 소민이에게 활짝 핀 꽃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지만,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소민이가 손가락으로 꽃 대신 옥상 밖을 가리켰지만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소민어멈과 세 사람이 정원에 있을 때도 꽃엔 관심이 적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꽃씨를 심어놓은 포트의 흙을 쏟았습니다.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는 자판과 마우스를 두드리다 금방 싫증을 내고 자동차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자동차를 타더니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경적을 울리며 끌고 다녔습니다. 화분을 바깥에 내놓아 공간이 넓어지니, 자동차를 타며 놀기에 더 편리해진 모양입니다. 거실에서 놀다가 문득 리모컨을 들고 와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TV를 보고 싶을 땐 말보다 더 익숙한 행동이 되었지요. ‘핑크퐁초기화면을 틀어주면, 소민이가 손가락으로 보고 싶은 프로를 직접 골랐습니다. 지정한 프로가 화면에 나오면 할애비 곁에 꼭 붙어 앉아 진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프로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어!”하며 손을 흔들어 바꾸라 하고, 마음에 들면 웃는 얼굴로 좋아~”를 연발했습니다.

 

저녁식사 땐 훈제 오리고기를 준비했는데, 소민이가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외치듯 말했습니다. 입맛에 잘 맞은 모양입니다. 밥도 잘 먹고 미역국은 숟가락으로 떠먹다가 나중에는 그릇 채 들고 마셨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소민이가 갑자기 밖에~ 밖에~”하는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녁이라 날씨가 쌀쌀해져 하늘정원에 가자고 했더니, “아니! 밖에~”하며 울먹였습니다. 소민이 겉옷이 없어 성인용 상의를 외투처럼 입혀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밖으로 나서자 소민이는 기분이 좋아져 콩닥거리며 앞서 걸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하늘정원에서 손가락으로 자꾸 밖을 가리킨 행동도 외출하자는 뜻이었나 봅니다. 놀이터에서 회전자전거와 목마, 미끄럼틀을 교대로 탔는데 무서우면 겁나~”하며 곧 내렸습니다. 소민이가 서서 타는 시소를 가리켜 언니 꺼라 하며 타지 않았습니다. 언니들이 타는 놀이기구로 자기는 겁나서 타지 않겠다는 뜻인 모양입니다.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우릴 찾아 나온 할머니를 만나 함께 걸었습니다. 집에 들어와 아빠가 소민에게 밖에 나갔다오면 뭐해요?”하고 물으니, 망설이지 않고 손 씻어요!”하며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손 씻는 습관은 잘 교육된 듯합니다.

 

소민이가 블록!”하더니 옆방에 들어가 루미큐브상자를 가리켰습니다. 상자를 들고 나와 봉투에 든 블록을 바닥에 쏟아놓으니, 소민이는 상자에 든 판을 꺼냈습니다. 조부모가 소민이의 행동추이를 보려고 옆에 앉아 블록을 판 위에 올리니, 소민이가 아빠! 엄마~”하며 오라고 불렀습니다. 모두 둘러앉아 할머니가 소민이와 21역을 하며 게임을 진행했는데, 짧은 시간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우와~ 소민이가 이겼네~”했더니, 소민이가 양손을 높이 치켜 올리며 이야~”하며 환호를 했습니다. 말문이 열리고 나자 말은 물론이고, 행동이나 인식능력에도 큰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 좌석에 앉은 소민에게 소민아~ 할머니집에 또 놀러와~”했더니 ~”하며 대답했는데, 목소리와 태도가 예전과 달라보였습니다. 전엔 형식적으로 대답했다면, 이제 얼굴표정과 목소리에 감정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앞으로 말문이 열린 소민이의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