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1년)

비 오는 날 북한강과 두물머리 기행

돌샘 2021. 5. 21. 21:56

비 오는 날 북한강과 두물머리 기행

(2021.5.15.)

자동차 점검관계로 정비소에 들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오후 늦게야 가량비가 내릴 것으로 알고 교외 드라이브에 나설 참이었다. 어쩌면 잘 되었는지도 모른다. 주말 상습정체 구간의 교통은 비가 오면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비 오는 날 북한강과 두물머리 드라이브를 나서게 되었다.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듯, 약간의 교통정체는 발생했지만 평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북한강로에 접어들면서 가다서기를 반복해 차창을 열었더니, 향긋한 아카시아 향기가 옛 추억을 솔~솔 불러일으켰다.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외식을 하고 노래방에 들리면 동요 과수원길을 함께 부르곤 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당시 과수원길동요를 부르면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때가 생각났는데, 이젠 그 노래를 부르던 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추억도 세월이 지나면 새끼를 치나보다.

 

운길산역 입구와 물의 정원을 지나 북한강변에 있는 수상레저시설에 차를 잠시 세웠다. 비 오는 날의 강변 정경은 샤워를 하는 모습처럼 순수해 보였다. 빗속에 모터 소리와 함께 수상스키가 미끄러지면, 하얀 물살이 솟구쳤다가 물결로 번져 나갔다. 강 건너 비에 젖은 마을 풍경은 수줍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인 듯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지만, 북한강 강변은 보존이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다.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는데, 빗줄기는 거세지고 도로변 언덕에 정자가 보여 쉬어 가기로 했다. 정자 안에는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주인인양 떠들썩하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정자 밖에서 우산을 쓴 채 노송사이로 보이는 북한강의 정취를 즐겼다. 살짝 안개가 드리우니 강변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놓은 듯했다. 멀리 안개 속에는 서종대교의 희미한 형상이 보이고 작은 배들이 점점이 떠있었다. 서종대교 아래를 지나 달리는데, 길가에 이색적인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인투아트라는 인테리어 장식품 업체로 철제와 목제 대형 로봇과 말, 순록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적이 끊긴 곳에 비를 맞으며 서있는 모습을 보니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대성리를 지나고 신청평대교를 건너 서종면 카페촌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길이 합쳐지는 양수리 얼마간은 차량정체가 발생했지만, ‘두물머리로 들어가는 길은 의외로 소통이 원활했다. 신양수대교 아래에 주차를 하고, 느긋한 기분으로 두물머리로 향했다. 일찍부터 제법 많은 비가 쏟아진 바람에, 주말 나들이객이 줄어든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세미원 배다리입구를 지나 강가를 걷는데, 울타리 석등에 노란 불이 들어와 안개 낀 강변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느티나무 노거수와 그 아래 고인돌은 예나 같이 변함없었고, 강 가운데 작은 섬은 오늘따라 더욱 푸르렀다. 섬 이름이 궁금해 알아보았더니 작은 외관과 달리 큰섬이라고 한다. 나루터 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강가 수초사이엔 뱃사공을 잃은 나룻배가 매여 있었다. 배는 강물 따라 흐르지 못해도, 세월은 어김없이 스쳐지나 간 듯 낡아 있었다. ‘소원 풀어주는 나무앞을 지나 두물머리 나루터에 다다랐다. 다산유적지 쪽으로 기다란 섬이 하나 놓여있고, 멀리 팔당호 쪽은 안개가 자욱했다. 섬의 이름은 족자섬이라 한다. 이곳 뷰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며 안개가 내려앉은 두물머리의 정경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곳 주변 풍광은 왠지 서정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종종 찾아와도 지루하지 않고 새로운 느낌과 활력을 주는 듯하다. 연꽃이 필 때쯤 다시 찾기로 마음먹으며 자리를 떴다.

 

(북한강)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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