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장릉 탐방
(2021.6.27.)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쓰면 얼굴이 열기로 가득 찬다. 여름철 바깥나들이를 하게 될 때면, 자연히 마스크를 벗고 산책할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조건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곳 중 하나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조선 왕릉이 아닐까 생각된다. 왕릉은 옛날부터 관리가 잘 되어왔기 때문에 주변 숲이 울창하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것이 통례다. 게다가 장소의 특성이 있으니 여름철이라고 방문객이 많이 찾아올 이유도 없다. 서울 근교에 있는 왕릉 중에서 아직 방문하지 않았던 곳을 찾아보니 파주에 있는 장릉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김포에도 장릉이 있는 것으로 기억돼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파주에 있는 장릉과 김포에 있는 장릉은 한글은 같았지만, 한자는 당연히 달랐다. 파주의 능은 長陵이고 김포의 능은 章陵이었다(물론 영월에는 단종의 莊陵이 있다). 해당 능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다가, 능의 주인공이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파주의 長陵은 조선 16대 왕인 인조와 첫 번째 왕비 인열왕후 한씨의 ‘합장릉’이었다. 한편, 김포 章陵은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그의 비 인헌왕후 구씨의 능으로 ‘쌍릉’으로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원종은 선조의 5번째 아들로 생전에 왕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아들이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르자 원종으로 추존되었다.
파주통일동산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곳에 장릉(長陵)이 위치했다. 매표소를 지나 능으로 향하는 길 오른쪽 구릉지는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인적이 끊긴 숲길이라 마스크를 벗었더니,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얼마쯤 걸어 들어가자 멀리 홍살문과 정자각이 시야에 들어왔다. 홍살문 옆에 서있는 안내문과 ‘상설해설도’를 읽으며 능에 관한 지식을 복습했다. 옛날 임금이 다녔다는 어로(御路)를 통해 정자각으로 들어갔다. 정자각과 옆에 있는 비각을 차례로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능침 쪽은 출입이 금지돼, 봉분과 석물은 멀리서 바라보았다. 능 옆쪽으로 난 숲길을 들어서자, 상쾌한 숲 냄새에 가슴이 툭 트였다. 맑은 공기로 깊은 호흡을 하니 정신마저 맑아지는 듯했다. 숲속 벤치에 걸터앉아 간간이 정적을 깨트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즐겼다. 갈림길에 늘어선 노송과 느티나무 노거수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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