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주변 연밭과 연꽃 구경
(2021.7.11.)
팔당호 주변 수변공원엔 큰 연밭들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내가 가 본 곳만 해도 ‘팔당 물안개공원’(광주, 남종면)을 비롯해, 양수리 ‘두물머리’와 ‘세미원’, ‘용늪 삼거리’ 북한강변(양평, 양서면), ‘물의 정원’(양평, 조안면) 등이 있다. 호수 주변의 멋진 경치는 기본이고, 다양한 수생식물들과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으니 한번쯤 들릴 만한 곳들이다. 규모 면에서 보면, 팔당 물안개공원 주변의 연밭이 가장 광활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두물머리 일대에도 연밭이 넓게 분포하지만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다. 연꽃의 개화 시기는 해마다 약간 변화가 있지만, 팔당호 주변은 대략 7월 중순에서 하순사이가 적기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팔당호 주변엔 그 외에도 다산유적지와 팔당전망대가 있고,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져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연꽃이 필 무렵에 연꽃구경을 겸하게 되면 금상첨화인 셈이다. 그런데 연꽃 개화기에 방문해도, 꽃이 거의 피지 않는 연밭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 연꽃이 완전히 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뭄에 콩 나듯 간혹 피거나 일부 구간에만 핀다는 사실이다. 개화기보다 조금 이르게 찾았다면 연꽃 봉우리라도 보일 것이고, 늦게 방문했다면 연밥이라도 남아 있을 텐데... 넓은 연밭에 활짝 핀 연꽃을 기대하고 잘못 찾았다가는 크게 실망한다. 물안개공원의 경우에는 섬 산책로 부근 일부 구간에만 연꽃이 제대로 피고, 끝없이 펼쳐진 넓은 수변공원에서는 꽃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물의 정원에도 연밭은 제법 넓었지만, 연꽃은 여기저기 간간이 피어 있었다.
지방의 어느 큰 연밭에 몇 년이 지나도록 연꽃이 피지 않아, 학계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그 원인을 규명하는 TV 프로를 우연히 시청한 적이 있다.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꽃이 피지 않는 원인을 주민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원인규명 내용이 명쾌하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연의 잎을 얼핏 보면 외견상 동일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2) 조사한 연밭에 연꽃이 피지 않는 이유는 꽃이 잘 피지 않는 종류의 연이 심어진 것 같다. 3) 생육환경도 꽃이 피는데 영향을 미치므로,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몇 년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이후로 연꽃 구경을 떠날 때는 연밭이 넓은 지역보다는 연꽃이 잘 피는 지역을 골라 찾게 되었다.
세차게 차창을 두드리는 소나기를 맞으며 두물머리로 향했다. 다음 주부터 코로나 거리두기가 강화된다는 뉴스 영향인지 소나기 탓인지, 상습정체구간 치고는 교통이 원활했다. 두물머리 강변 여기저기와 마을 쪽 연못엔 부드러운 연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꽃이 핀 상태와 꽃봉오리, 연밥의 비율을 얼핏 살펴보니 절정기는 1~2주 후로 예상되었다. 연꽃은 백련과 홍련으로 구별되는데, 두물머리 일대는 주로 하얀 백련이 피어있었다. 백련은 순수하고 청정한 느낌을 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 보였다. 하얀 백련 사이에 간간이 고개를 내민 홍련은 더욱 화사해 보였다. 세찬 소나기가 연꽃을 휩쓸고 지나간 탓에 단정한 자태가 다소 흐트러진 게 아쉬웠다. 느티나무 쉼터, 물안개 쉼터, 소원 쉼터와 ‘두물경’을 두루 산책하며 백련을 실컷 구경하고는 용늪삼거리로 향했다.
용늪삼거리 연밭은 외진 곳에 위치해, 일반 방문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듯했다. 인터넷에도 소개되지 않은 곳으로 몇 년 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팔당호 주변 꽃이 피는 연밭 중에서 가장 넓은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꽃이 제법 피었지만, 만개 시기는 1~2주 후가 유력할 것 같다. 연꽃의 색깔은 홍련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우리만 살짝 들여다보는 비밀스러운 장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돌아 나올 땐 툭 트인 북한강변에 설치된 호젓한 데크를 걸었다. 강 건너 물의 정원에 설치된 아치형 다리와 운길산역 그리고 뒷산 중턱에 걸친 안개구름이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변에 있는 카페로 접어드니, 야외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다. 소나기가 지나간 여름 팔당호반과 북한강변의 정취는 연꽃처럼 맑고 깨끗했다.
(두물머리 연꽃)
(용늪삼거리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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