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2~3세 성장기록

할머니~ 감사합니다~

돌샘 2021. 8. 27. 21:28

할머니~ 감사합니다~”

(2021.8.22.)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쉬는데, 소민어멈이 이상 여부를 묻고는 방문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접종 후 힘든 일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손주가 재롱부리는 걸 보는 거야 문제될 게 없겠지요. 소민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준비해 두었던 뽀로로 만능로봇을 전했습니다. 선물을 받아들고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했습니다. 포장을 풀어보니 장난감 나사와 드라이브 그리고 전동공구가 나왔습니다. 소민이가 작동을 몇 번 해보더니, 나사 홈에 드라이브를 끼우고 회전하여 조이고 푸는 요령을 금방 익혔습니다. 할머니가 식사준비가 끝났다고 알려왔지만, 소민인 공구놀이를 더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더 좋은가 봅니다.

 

식사를 하면서 소민이에게 밥을 많~이 먹어야 많~이 놀 수 있다.”고 강조했더니, 밥과 나물을 한입 가득 넣고 오물거렸습니다. 많이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나왔다가 급히 부엌 쪽으로 갔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할머니! 감사합니다~”하며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손주의 예기치 않은 인사를 받고 기분이 좋은 듯 얼굴이 활짝 펴졌답니다. 소민인 2층에 올라가 곰돌이 인형을 안고 자동차를 탔습니다. 차를 타고 내리며 곰돌아! 차 타자.”, “곰돌아! 다 왔다. 내리자.”, “곰돌아~ 잘 있었니?”하며 쉬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한 덕분인지, 근래 들어 상당히 어려운 말도 곧잘 하는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야구 장난감을 내놓고는, 같이 놀자며 아빠를 불렀습니다. 엄마하고는 숨바꼭질을 하며 이곳저곳으로 찾아 다녔습니다. 할애비에게는 비행접시 발사기를 가져와 날리도록 했습니다. 놀이종류에 따라 함께 놀기에 알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름대로 정해져 있는 모양입니다. TV를 켜자 소민이가 곰돌이 인형을 안고 할애비 곁에 앉았습니다. 할머니가 조손이 나란히 앉은 사진을 찍으러 앞에 서자, 화면이 가리는 듯 고개를 옆으로 한껏 내밀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소민아! TV만 보지 말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야지~”했더니, 선뜻 아래로 내려섰습니다. 매트 대신 보료를 거실에 깔아주자, 위에 올라가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답니다.

 

소민이를 안고 하늘정원에 나가 꽃구경도 하고 공중을 맴도는 잠자리 떼도 발견했습니다. 소민이가 문득 분사기를 가리키며 할아버지~ 저거 틀어주세요.”했습니다. “소민아~ 어제 비가 내려 바닥이 흠뻑 젖었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물놀이는 못 하는데.”했습니다. ‘물을 계속 틀어달라면 어쩌지하고 마음속으로 걱정했지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날씨가 시원한데다가 흐리고 바람까지 부니, 이해를 했나 봅니다. 나중에 엄마랑 비눗방울 날리기를 하러 하늘정원에 다시 나갔습니다. 입으로 후~ 불거나 허공으로 휘저으면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만들어져 바람에 실려 갔습니다. 할머니가 문에서 자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할머니! 나오세요~”하여 같이 놀았답니다.

 

엄마가 그만 집에 가자.”고 하니, 소민이가 이것 보고...”했습니다. 보던 프로가 끝나자 소민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할머니가 주차장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위험하다며 소민이더러 안기라고 했습니다. 안기지 않으려 하자, 할머니가 소민이! 말 안 들으려면 할머니 집에 오지 마!”했습니다. 소민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아니야~ 또 올 거야!”하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차가 출발할 즈음에 소민이가 잠깐만!”하고 소리쳤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급히 젤리 봉지를 뜯어 조부모에게 하나씩 나누어 줬습니다. 지난번에 젤리를 주기로 했다가, 모두 깜박 잊어버리는 바람에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이행하나 봅니다. 꾸중에도 토라지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는 어린 마음씨가 대견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