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찾아서(용인 내동마을)
(2024.7.19.)
긴 장마 끝에 모처럼 갠 날씨. 마침 회사 공동휴무일이라 연꽃 구경을 다녀오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 연꽃 피는 곳이 몇 있지만, 다양한 연꽃이 피고 농촌 분위기가 나는 곳은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가 으뜸인 것 같다. 연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든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농경문화전시관’에 주차를 하고 연밭으로 가는데, 한여름 땡볕의 열기에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봄이나 가을에 가는 꽃구경은 흔히 꽃놀이라 부르는데, 여름에는 꽃놀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홍련과 백련 그리고 수련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나서야 연꽃 피는 시기를 잘 맞추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작년에는 8월 중순경에 방문했더니 연꽃보다 연밥이 많아, 올해는 방문 시기를 조금 당긴 결과다. 연밭은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최상단에 위치한 연못의 연꽃이 가장 탐스럽게 피었다. 화사한 분홍빛 홍련 사이로 순백의 백련이 간간이 보였다. 장마 끝이라 금방 목욕을 하고 나온 듯 더욱 해맑아 보였다. 더위를 피해 연밭 가장자리 원두막에 오르니 그늘에 앉아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어 좋았다.
일반 연밭 아래에는 넓고 다양한 수련밭이 가꾸어져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 주황색의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물위에 빼꼼히 고개를 내민 듯 보였다. 논둑과 연못 가운데는 앙증맞게 생긴 ‘개구리 왕눈이’ 캐릭터와 종이배 조형물을 설치해 놓아, 아득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수련 꽃을 근접 촬영하기 위해 논둑으로 접근하니, 나들이 나왔던 오리가족들이 화들짝 놀란 듯 꿱꿱거리며 줄행랑을 치다가 급기야는 날아서 멀리 도망을 갔다.
시냇물이 제법 경쾌한 물소리를 내며 흘렀다. 하천 건너편에도 연밭이 넓게 이어졌는데, 하얀 백련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보였다. 연꽃구경을 하러 여러 곳을 다녔지만 백련이 무리지어 핀 광경은 생소해 자꾸 눈길이 갔다. 제방에는 터널 형태로 엮은 철망 위로 수세미 덩굴을 올리고 벤치까지 설치해 놓았다. 아름다운 연꽃 감상과 한가한 농촌마을의 여름 정취에 흠뻑 빠져 있는데, 한낮의 무더위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홍련과 백련)
(수련과 조형물)
'돌샘 이야기 > 여행과 답사(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산 호수공원 산책 (5) | 2024.09.16 |
---|---|
한여름 팔당호와 남한강의 정취 (0) | 2024.08.24 |
수청(水靑) 나루터에서... (0) | 2024.07.13 |
논산 관촉사를 관람하고 나서... (1) | 2024.06.15 |
구례 화엄사 탐방 (1) | 2024.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