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4)

수청(水靑) 나루터에서...

돌샘 2024. 7. 13. 21:12

수청(水靑) 나루터에서...

(2024.7.6.)

팔당호 남쪽 광주시 남종면에서 강하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342번 도로에 접어들자, 마주 오는 자동차만 간간이 지날 뿐 한적했다. 차창 밖에는 울창한 숲 터널과 팔당호가 번갈아 나타나 호반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은 팔당전망대팔당물안개공원을 그냥 지나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수청나루터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설 무렵 나루터에서 걸어 나오는 가족 3사람을 만난 이후로 그곳을 떠날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루터가 팔당댐(1973년 준공)으로 수몰되기 전에는 강 건너편에 드넓은 백사장과 갈대밭이 있고, 부근은 바위 절벽이라 경치가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300년이 훌쩍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 노거수만 말없이 호수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예전에는 광주시 행정선인 수청호가 운항했다는데, 지금은 뭍으로 끌어올려져 옛이야기처럼 전시돼 있었다. 호반의 숲속 벤치와 포토 존은 고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남한강 건너편에도 큰 마을은 보이지 않고 주위는 온통 초목만 무성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경우와 상황이야 다르겠지만 고향의 옛 모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잠시 잡다한 세상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을 때면 이곳을 찾아와 자연을 벗하면 좋을 것 같다. 나루터를 나오는 길가 빈 뜰엔 백합과 풍접초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만 한가한 여름 오후를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