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7.22)
주변환경과 얼굴 익히기
장마 후에 처음 맞는 일요일이라 아침 일찍부터 하늘정원 화분들을 정리하고
인조잔디가 깔린 바닥에 물청소를 하여 물이끼와 흙을 쓸어내었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다 땀이 흐르니 상의가 흠뻑 졌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집사람에게 오늘 ‘준모 온다는 아야기 없었지요’하고
확인(준모가 낮에 올 계획이라면 막걸리를 마시지 않을 요량으로)을 한 후에
막걸리와 부침개로 정원사의 일과에 의한 피로를 풀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범으로부터 어멈, 준모와 함께
본가에 들르겠다는 연락을 받고 거실을 얼른 치우고 준모 맞을 준비를 했다.
엘리베이트 앞으로 나가 준모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데 멀리서 준모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트에서 내리자마자 습관적으로 내가 준모를 안고 거실로 들어오니 울음을 그쳤다가
내 얼굴을 이리저리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아범, 어멈 있는 곳으로
얼굴을 돌리고는 지난번과 같이 울먹울먹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얼른 어멈에게 준모를 안기고 손뼉치고 양손 내밀기, 입과 손가락으로 소리내기,
웃는 얼굴 보이기, 이름 부르기 등 당장 생각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얼굴 익히기를 시도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모가 경계심을 풀고 나에게 안긴다.
준모를 내 무릎 위에 세우고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니 처음에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윽고 큰 소리를 내어 웃으며 스스로 무릎에 반동을 주고 쿵덕거리면서 논다.
하늘정원에 안고 올라가니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멀리 보이는 밤풍경과 주변을 바라보고
거실에 내려와 천정에 매달린 큰 전등을 켜니 고개를 뒤로 젖혀 올려다본다.
탄생 100일 전에도 우유를 먹이거나 안아주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고
밖에 안고 나갔을 때 낯선 사물을 보면 한참 응시하곤 했는데,
5개월이 되어가니 얼굴을 돌리는 동작과 눈동자의 움직임에 본인의 의지가 담기고
응시하는 눈빛에는 무언가 파악하려는 예리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전에는 울음으로 막연하게 암시하던 수준에서
얼굴 돌림과 몸의 움직임, 표정 등으로 구체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준모가 할애비집에 오면 주변환경이 자기 집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이제 준모가 주변환경과 얼굴 익히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다.
무뚝뚝한 할애비도 준모 앞에서는 더 많이 웃고 넉넉한 표정을 지어
손자로부터 후한 점수를 따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가 도래하였나 보다.
다음에 준모가 할애비집에 오면 아범이나 어멈이 안은 상태에서
할애비 얼굴 익히기부터 유도한 후에 내가 안도록 해야겠다.
준모야! 건강하고 밝게 자라거라...
준모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놓습니다.
(준모 고모가 부천 영화제에 갔다가 마침 일찍 귀가하여 사진촬영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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