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 날
(2013.5.5)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준모(俊模)가 조부모 집에 다니러 오는 날입니다.
오전에 집안대청소와 환기를 하고 장식장에 놓여 있던 잡다한 물건들도 대부분 박스에 넣어 치워두었답니다.
준모는 아범이 안고 현관을 들어오는데 잠이 들었나 봅니다.
요를 깔고 거실에 눕혔는데 깊은 잠이 들었는지 어른들이 과일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깨지 않고 새록새록 숨소리만 들립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깨우려고 해서 선잠을 깨면 울 테니까 조금 더 자게 두라고 했지만 할머니가 일으켜 안으니 두 눈을 번쩍 떴답니다.
잠깐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예상대로 울음보를 터뜨렸지요.
우는 동안에는 새아기에게 안겨서 다른 사람에게는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법 시간이 경과하여 울음을 그친 후에 할애비가 재킷을 입고 외출하는 차림으로
‘준모야! 할아버지와 외출하자’고 했더니 금방 안겨왔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턴은 준모가 누르게 하고 아파트 출입구를 나와 중앙광장으로 나가니
금방 손가락으로 출입구를 가리키면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외출하는 것은 좋은데 아빠, 엄마가 집에 있다는 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오늘은 어린이날. 준모를 유모차에 태워 예술의 전당에 놀러가기로 하였습니다.
준모 도련님은 풍선을 매단 예쁜 수레에 타서 네 사람의 하인을 대동하고 행차를 하니
기분이 상당히 좋아져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가야할 앞쪽 방향을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켰답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마침 광장에는 음악분수 쇼가 진행되고 있었고 구경하는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준모가 음악에 맞추어 분수가 높게 솟아오르는 것을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웃으며 박수를 쳤답니다.
준모 마음에 흡족한 모양입니다. 곧 유모차에서 내려달라는 의사표현을 해 내려주었더니
광장이 좁은 듯 이리저리 종종걸음으로 휩쓸고 다녔습니다.
준모가 어깨에 멘 유아용 배낭에 긴 끈이 달려 있기에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는데 미아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자가 잡고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 하는데 활동성이 강한 준모에게 적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할애비가 그 끈을 잡고 준모가 가는 곳을 따라 가니 실내 음악공연장 로비에도 들어가 보고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서 진입금지용 빨간 표시등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편의점 안에도 들어가 훑어보고 현금지급기에 나타난 화면도 쳐다보고
할머니, 아빠, 엄마가 앞쪽에 서서 오라고 손짓을 해도 안중에 없고
본인이 보고, 하고 싶은 일들이 밀려 있는 듯 계속 여기저기로 바쁘게 걸어 다녔답니다.
우리집 아파트단지에 도착해서는 아범은 차를 가지러 지하주차장으로 가고
할머니와 어멈은 짐 챙기러 올라가고 나는 준모 유모차를 밀고 놀이터로 갔습니다.
놀이터에 도착하니 준모가 내려 달라하여 내려주니 놀이터를 쭉 한번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놀이터에 우리 외는 아무도 없고 처음 보는 놀이터라 생소한 모양입니다.
준모가 아파트 중앙광장 쪽으로 가더니 이곳저곳 아파트 출입문마다 계단을 올라가서 출입버턴을 눌러보곤 하였답니다.
저쪽에서 아범이 오라고 손짓을 하니 그 쪽으로 가는듯하다가 획 돌아서서는 다른 아파트 출입문 쪽으로 향하곤 하였답니다.
어멈도 짐을 챙겨 내려왔기에 준모를 차에 태워 출발하도록 하려고 준모를 안았더니
우리 아파트 출입문을 들어가자고 손짓을 하기에 안고 들어가서는 엘리베이터 앞에 조금 서 있다가
올라가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오니 또 들어가자고 손짓을 하였답니다.
더 지체할 수 없어 아범이 준모를 넘겨 안아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니 할애비 쪽으로 손을 쭉 내밀며
안기려는 동작을 하였으나 안전벨트가 매여있으니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지요.
준모가 우는 소리를 내기에 할애비가 진정시키려고 손을 어루만져주었지만
금방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더니 콧물까지 흘리며 손을 계속 내밀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답니다.
할애비가 안전벨트를 풀어 준모를 다시 안고 아파트에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차에 태우고 싶었지만
출발준비가 완료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차문을 닫았는데 준모 울음소리가 밖으로까지 들려왔답니다.
준모가 차를 타고 출발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준모 울음소리가 할애비 귀에 자꾸 들려오는 것 같아
전화를 하여 상황을 물었더니 아파트 정문을 통과할 즈음 울음을 그쳤다고 합니다.
준모야! 오늘은 어린이날 예술의 전당에도 가보고 즐겁게 잘 놀다가 돌아갈 때 울고 가서
할애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곧 울음을 그쳤다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것저것 많은 것 보고 듣고 경험하여 꿈 많은 어린이로 자라거라.
그런데 넘어지거나 부딪혀 다치는 경험은 이제 그만해도 좋을 것 같다.
안녕! 또 만나요...
(뒷부분 사진 4장은 고모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사준 놀이 자동차를 준모가 타면서 즐거워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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