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할머님 생신축하 박수쳐 드렸어요

돌샘 2013. 8. 26. 21:32

할머님 생신축하 박수쳐 드렸어요

(2013.8.24)

준모 할머니 생일이 열흘정도 후지만 가족들의 일정을 고려하여 오늘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출발을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광화문일대의 도로가 시위대에 막혀

기다리기도 하고 우회하느라 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약속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준모가 활동적이라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어떻게 기다리고 있나?’ 걱정하면서 차에서 내리니

마침 아범과 함께 밖에 나와 있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준모를 안고 예약된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준모는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우리는 주문한 음식이 나와 같이 식사를 하였는데

준모가 식사를 하는 동안은 비교적 점잖게 앉아 있었으나 먼저 식사를 마친 후에야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야 없는 노릇이지요.

주문음식 중 준모가 먹을 만한 부분을 골라서 조금 더 먹이고는 할애비가 첫 번째 당번을 자청하여 안고 룸 밖으로 나왔습니다.

룸 사이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좋아했으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과 부딪힐 염려도 있고

다른 손님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줄 우려도 있어 안고 계단을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오니

준모가 자기 세상을 만난 듯 얼굴가득 미소를 띠우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이면도로라 간간히 자동차가 다녀 그냥 마음대로 뛰어다니도록 할 수야 없었지요.

준모에게 자동차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준모야!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녀야 된다.’고 말했더니

말뜻을 충분히 알아들은 듯 할애비 손을 꼭 잡았고 기분이 좋아 웃으며 뛰듯이 재빠른 걸음으로 이곳 저곳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앞서 나아갈 때도 할애비 손을 절대로 놓지 않았습니다.

 

조손이 음식점 건물을 들락거리니 출입구에서 손님들에게 좌석을 안내하던 아가씨가 얼굴을 알아보고는

준모에게 웃으며 ‘아이 귀여워! 할아버지가 안고 있느라 힘드니 이 누나한테 안겨라’하면서 두 손을 내미니

준모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기 손으로 누나의 두 손을 옆으로 밀쳐버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안기기 싫을 때는 자기 몸을 뒤로 휙 돌려 피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본인의 의사인 호(好), 불호(不好)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아범과 어멈, 고모도 번갈아 가면서 준모를 데리고 나가 돌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식사를 했는데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면 준모가 꼭 할애비에게로 다가와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그 동안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특징과 역할을 잘 간파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음식을 먹여 달라거나 옷을 입혀 달라는 부탁을 할 때는 할애비에게 오지 않는데

외출을 하고 싶을 때는 할애비가 부탁을 제일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준모는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니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혼자서 뭐라 뭐라 이야기를 많이 하였는데 ‘아빠’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고 ‘엄마’라는 단어도 간간히 발음을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준모에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순으로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한 사람 한 사람 정확하게 앉아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고모’라는 단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에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준모가 이렇게 정확하게 구분은 하고 있는데 호칭을 부를 때는 엄마보고도 ‘아빠’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준모에게는 ‘아빠’라는 발음이 가장 쉬운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안고 아범이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자 준모가 손뼉을 치며 할머니 생신을 마음껏 축하해주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 가족모임에서는 준모가 생후 6개월이라 범보의자에 앉아 있었고

지루할 때면 풍선이나 나팔을 불듯이 볼에 바람을 잔뜩 넣어 ‘뿌~’ 하는 소리를 내어 간접적인 의사표현을 하였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 뛰어 놀고 의사도 직접적으로 표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많이 자랐나 봅니다.

할애비가 손주와 함께 장난을 치며 놀거나 손주의 귀여운 모습을  상상할 때면 조용히 밀려오는 잔잔한 행복감.

어쩌면 가장 평범하면서도 진정한 행복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할애비는 오늘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준모의 예기치 않은 진한 뽀뽀 세례를 처음으로 받고 구름 위를 나는 기분입니다.)

준모 할머니도 손주가 생신축하 박수를 쳐주는 오늘 가족모임이 무척이나 흐뭇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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