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할아버지 외출 준비부터 하세요

돌샘 2013. 8. 17. 15:55

할아버지 외출 준비부터 하세요

(2013.8.14)

오늘은 퇴근길에 준모를 보려고 서둘러 퇴근을 하였습니다.

미리 전화를 해두었기에 아파트에 올라가니 준모가 외출복을 갈아입고 할머니에게 안겨 현관밖에 나와 맞이해 주었습니다.

‘준모야!’하고 부르니 미소로 맞이해주었는데 내게 안기도록 두 팔을 내밀었지만

준모가 웃는 표정으로 ‘어~어~’하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현관을 가리키기만 할뿐 안겨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말 휴가기간 이틀 동안에도 같은 행동을 했는데 할애비는 물론

할머니도 준모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이 불가하다고 이야기했지요.

준모가 아직은 말로써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하지만 행동이나 얼굴표정, 몸동작,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

‘어~어’하는 소리 등을 종합하면 어지간한 의사는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는데 예외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현관 밖에서 할애비에게 안기지 않고 현관을 가리키는 행동의 뜻을 보다 분명히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애비가 먼저 현관을 들어서서 신발을 벗지 않은 채 윗옷을 벗어 유모차에 걸치고 할머니에게 안겨서 현관을 뒤따라 들어오는

준모에게 ‘준모야! 할아버지와 외출하자.’하면서 두 팔을 벌리니 준모가 할애비에게 당장 안겨왔습니다.

그리고는 ‘어~어~’하는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가리키는 것을 보니 외출하자는 의사표현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준모야 할아버지 손 씻고 물 한잔마시고 외출하자.’고 했더니 안겨서 가만히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외출하려고 하다가 다시 거실로 들어오면 거부반응을 나타내었을 터인데 오늘은 전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주로 준모가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할애비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준모야!’하고 부르면 준모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그럴 때면 ‘준모야! 조금 기다려라. 할아버지가 얼른 손 씻고 안아줄께’하고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고 그러면 준모가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고 할애비가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쳐다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윗옷을 벗어놓고 음료수를 한잔 마신 후에 함께 외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준모가 현관 밖에서 할애비에게 안기지 않고 현관을 가리키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할아버지가 손을 씻거나 윗옷을 벗고 물을 마시는 등 외출준비를 빨리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외출준비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챙기니 준모가 할애비에게 다가와서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며 하는 행동이

그 속에 보관되어 있는 동영상을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항상 그러했듯이 ‘준모야! 동영상 보려면 소파에 점잖이 앉아야지.’ 했더니 소파에 올라와 할애비 곁에 얌전하게 앉았습니다.

준모가 어릴 때 뒤집기 하는 동영상, ‘어부바'하면 할애비에게 업히는 동영상, 장난감 오르간을 누르며 손뼉을 치면서 노는 동영상,

비눗방울을 불면서 노는 동영상 등을 보여주었더니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시선을 고정한 채 몰입된 듯이 집중하여 보다가

손뼉을 치며 노는 영상을 볼 때는 준모가 싱긋이 웃었습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주인공이 본인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동영상이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동영상을 본 후에 ’준모야! 이제 할아버지하고 외출해야지.‘해도 처음에는 계속 반복해서 동영상을 보려고 하더니

조금 더 보고는 준모도 외출을 하려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신발을 신고는 할머니에게 ’빠이 빠이‘하고 손을 흔들고는 현관을 나섰는데

할애비가 자동차를 가지고 가자고 해도 별 관심이 없기에 할애비가 밀면서 뒤따라갔습니다.

 

아파트를 나와서 할애비가 자동차를 밀고 뒤따라가니 준모가 돌아와서 직접 밀려고 하여

손잡이 길이를 조정해주려고 하였더니 손잡이 조정부위가 고장이 나서 손잡이를 길게 한 상태에서는 방향조정이 되는데

준모가 끌도록 손잡이를 짧게 조절한 상태에서는 방향조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준모가 자동차를 밀다가 방향조정이 잘 안되니 그냥 버려두고 앞서 나아갔습니다.

그러고 보면 현관 앞에서 준모가 자동차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자동차가 고장 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공원에 나가서 조손이 놀고 있으니 어느덧 그늘도 제법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과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세 살 남자아이, 네 살 되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예닐곱 살 쯤 되어 보이는 누나와

만 두 살이 되었다는 남동생 등이 모였는데 준모는 유독 네 살 되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따라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예닐곱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줄넘기를 하니 준모가 호기심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가까이 가려고 해서

가까이 가면 줄에 걸려 다친다고 했더니 조금 떨어져서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는 흉내를 내면서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준모가 애완견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면서 놀고 있었는데

공원에 내려온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입을 크게 벌려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준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집으로 향하는데 조금 더 놀고 싶은 생각인지 어린이 놀이터로 걸어갔습니다.

평상시에는 준모가 미끄럼틀을 타면서 노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아 한번 정도 타면 그만인데

오늘은 서너 번 넘게 반복하여 타고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만든 밥과 전을 부쳐주었는데

준모는 전을 보자마자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빨리 먹으려고 서둘렀습니다.

밥을 뜬 숟가락 위에 전 조각을 올려주면 입을 크게 벌리고 잘 받아먹었는데 준모가 쥔 포크는 연신 전이 담긴 그릇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가 전화를 받는 동안 할애비가 열심히 먹여주었는데도 준모가 원하는 속도보다 느린지

의자에서 일어나 포크를 들고 식탁위로 돌진해 올라갔습니다.

준모가 이렇게 잘 먹는 것이 평상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잘 놀 수 있도록 체력을 뒷받침해주는 것 같습니다.

벌써 일곱 시 반이 넘어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준모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작별을 고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그러면 할애비가 나갈 때 따라 나가려고 울 수도 있기에 부득이 식사중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 준모에게 ‘준모야! 빠이~빠이~. 할아버지 다음에 또 준모 보러 올께’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할애비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안고 현관까지 나온 준모에게 다시 손을 흔들어주니 준모도 미소를 지으며 할애비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준모가 현관 밖에서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할애비에게 안기지 않고

‘어~어~’하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현관을 가리키던 모습, 동영상을 보기 위해 소파에 올라와

할애비 곁에 얌전하게 앉아 한참 동안을 집중하던 모습들이 눈앞에 자꾸 떠올랐습니다.

준모가 자라면서 좋은 인성을 갖게 되고 바람직한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이도록 하려면

평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모범적인 언행을 보여야 하는데...

이 할애비에게 최우선 과제로 다가왔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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