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와서는 목욕했어요
(2013.8.27)
오늘도 할머니에게 안겨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준모에게 ‘준모야!’하고 부르며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치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주고는 웃으며 손으로 현관을 가리켰습니다.
할애비가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으니 뒤따라 와 문 앞에 서서는 손을 아래위로 흔들고
몸을 우쭐거리며 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준모가 외출복을 갈아입자 조손이 손을 꼭 잡고 현관을 나섰는데
준모가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현관문을 닫으라는 몸짓을 해서 분부대로 할애비가 문을 닫았습니다.
장난감 자동차와 경찰차를 끌어다 놓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함께 서있었는데
준모가 갑자기 현관문 쪽으로 가서는 문손잡이를 직접 아래로 당겨서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18개월 된 아이의 행동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야무집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배웠겠지만 직접 확인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터인데 말입니다.
조손이 자동차와 경찰차를 하나씩 나누어 밀면서 공원에 나가니 아이들이 몇 명 나와 있었고 후에 두세 명이 더 합류했습니다.
연못 가운데 조성된 섬에 비둘기들이 여러 마리 앉아 있다가 나뭇가지로 우르르 날아오르고
내려앉기를 반복하니 준모가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가 손으로 가리키며 호기심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리고는 또래 아이들에게 다가가 관심을 보였으나 같이 놀만한 상대를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준모는 주로 본인과 비슷한 월령의 아이들보다는 서너 살 정도 되는 아이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화단장식용 밧줄을 흔들어 보기도하고 공원 벤치에 올라가서 놀다가 숲속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준모가 직접 그 동작을 해보려고 하였으나
체격에 비하여 운동기구가 너무 커서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흥미가 반감되어 버린 모양입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서는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는 애완견을 발견하고 그 동작에 관심을 보였는데
얼마 후 흉내를 내려고 바닥에 엎드리려고 하여 얼른 안아 세웠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지켜본 여러 가지 동작이나 행동을 직접 해보거나 흉내를 내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앞서고 내가 뒤따라가면서 공원을 나오는데 갈림길에 이르자
준모가 돌아서더니 할애비에게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습니다.
안아 달라는 의사표현이지요. 준모가 활발하게 놀다가 보니 피곤해진 모양입니다.
준모를 안은 채 경찰차를 자동차에 실어 밀고 오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옆집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준모를 보고는 귀여워하며 한번 안아보자며 여러 번 두 팔을 내밀어도 안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웃으며 다가왔지만 안기지 않아 내가 ‘준모야! 빠이~빠이~하고 인사해야지’했더니
손을 열심히 흔들며 옆집 아주머니에게 정답게 인사는 했습니다.
준모가 예전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웃으며 접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잘 안겼는데
요즘은 준모 마음속에 있는 특정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에게만 안기려는 가 봅니다.
외출하고 돌아와 할머니가 씻겨주니 얼굴을 씻을 때는 싫어하는 소리를 조금 내었으나
세면기 물속에 앉히니 금방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할애비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저녁준비가 끝나 준모의 관심을 식사에 돌려 자연스럽게 집을 나설 수 있도록 조금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양복상의를 입으니 준모가 직감적으로 할애비가 어디를 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안겨서 양팔로 목을 힘껏 감쌌습니다.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 일이기에 ‘준모야! 준모는 저녁 먹어야지. 할아버지가 준모 보러 또 올께’하면서
할머니에게 안겨주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할애비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현관 밖에 나와서 다시 안겨왔지만 준모는 저녁식사를 해야 된다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고는
할애비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의젓하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준모야! 내일 또 전화할께.
'준모야! 할아버지다, 잘 있었니? 안녕'하면 '응'하고 대답하거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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