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어요

돌샘 2013. 9. 5. 22:24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어요

(2013.8.31)

오늘은 주말이지만 새아기는 출근을 하고 아범도 집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준모를 데리고 온다기에 어떤 행동을 선보일지 은근히 기대를 하며 기다렸습니다.

아범이 인터폰을 누를 때는 준모가 안겨서 자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는 벌써 깨어났습니다.

아범에게 안겨있을 때는 오라고 두 손을 내밀면 웃으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획 돌리며 장난을 치더니

거실에 내려놓으니 금방 뛰어다니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모가 하늘정원에 나가 놀기를 원하는 준모를 돌보고 있었는데 무엇을 하고 노는지 궁금하여

할애비가 출입문을 열고 나가니 갑자기 물벼락이 날아들었습니다.

어리둥절하여 몸을 웅크린 채 쳐다보니 준모가 물분사기를 잡고 의기양양하게 서있었습니다.

고모가 준모 손 씻도록 대야에 분사기로 물을 담아주니 준모가 그것을 보고는

분사기를 받아 직접 여기저기를 향해 신나게 물을 뿌려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몇 주 전에는 이곳에서 할애비와 함께 옷을 벗고 물놀이도 했지만

오늘은 물놀이하기에는 저온이라 조부모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 가서 놀기로 했습니다.

 

장난감 자동차와 경찰차를 챙겨가지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세 사람이 함께 서있었고

우리가 출발하면 현관문을 닫으려고 고모가 문 쪽에 서있었는데 준모가 힐끗 한번 보더니 문이 열려있으니까

다가가서 직접 문을 밀어 닫았으며 기다리는 동안 다시 다가가서 손잡이를 아래로 한번 당겨 잘 잠겼는지 확인까지 했습니다.

준모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타지 않고 직접 밀고가거나 혼자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려고 해서 할애비가 바짝 긴장을 하여

차가 다니는 이면도로나 건널목에서는 안고 걸었으며 안전한 보도에서만 걷도록 하며 따라갔습니다.

자동차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밀고 가야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마주하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보이다가

주유소 아가씨가 귀엽다고 손을 흔들어주니 준모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지요.

제법 먼 길을 걸어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였으니 준모가 목이 마를 것 같아

지하 홀에 앉아서 물과 요거트를 주니 잘 먹고는 다시 광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준모가 자동차를 밀면서 광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 지나가는 유모차에 애기가 타고 있으면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 만져보려고 하였으며 다른 아이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면 그 때마다 밀고 가던 자동차에 얼른 올라탔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 차에 타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늘이 진 벤치에 앉아 조손이 이런저런 장난을 하며 놀았는데 할머니가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오고

다른 사람들이 음료수 캔을 뽑아 가져가니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준모의 호기심이 드디어 발동하였습니다.

준모가 자판기에 다가가더니 여러 개의 버턴을 누르고 음료수가 나왔는지 쳐다보았으나 없으니

배출구 문을 열고 직접 손을 넣어 휘저으며 확인까지 했습니다.

몇 번을 반복하였으나 음료수가 나오지 않으니 안아 올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안아 올려주니 위에 있는 버턴을 이것저것 누르고는 내려달라고 하여 음료수가 나왔는지

다시 확인을 하는 등 자판기 곁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준모가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버턴을 눌렀는데 왜 음료수가 나오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다음에 자판기를 이용할 때는 준모가 직접 돈을 넣고 버턴을 눌러보도록 해주어야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입구로 향하니 마침 작은 광장에서는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연주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한 곡의 연주가 끝나자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연주를 감상하고 한 곡이 끝나면 박수를 쳐주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말입니다.

다시 지하 홀로 내려와서는 불빛이 변하는 실내분수를 유심히 쳐다보며 할애비에게도 구경하라고 손으로 가리켜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리가 아픈지 조금 걷다가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주었더니 집 가까이 와서는 안긴 채 잠이 들었는데

집을 들어설 때 문소리에 눈을 살짝 떴다가 아범을 보자마자 반가워 잠이 도망을 가버렸나 봅니다.

고모와 한참을 놀다가 지루해 하기에 할애비와 다시 외출하여 아파트 광장을 한 바퀴 산책하고 돌아왔습니다.

거실 벽에 있는 여러 가지 전등 스위치로 불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며 장난을 치다가

낮잠을 한숨자고는 저녁을 먹고 어멈 퇴근 시간에 맞추어 출발을 했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음료수 자판기의 작동에 대하여 상당한 호기심을 나타내었고

악단의 연주와 실내 조명분수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준모가 전에 해 본 일들은 방법이나 순서를 기억하여 익숙하게 잘해내고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 호기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여 배우고 익히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