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2)
(2013.10.20)
오늘은 준모 아범의 서른 세 번째 생일입니다.
요사이 새아기는 회사업무와 관련된 시험준비를 하느라 도서관에 가서 틈틈이 공부도 하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아범이 준모를 안고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는 아범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자는 듯했으나
‘준모야!’하고 부르니 바로 눈을 뜨고 할애비한테 안겨왔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준모는 벌써 외출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돌보는 동안 급히 식사를 마치고 할애비와 교대를 하니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겨달라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보여주자 호기심에 조금 진정이 되었으나 케이크를 먹어본 후에는 다시 외출을 재촉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설거지를 마치고 준비를 하는 동안 할애비와 먼저 외출을 하여 아파트 주위를 산책하고
할머니와 합류하여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준모가 원하는 대로 도로변 빌딩에도 이곳저곳 들어가 보고 예술의 전당 지하에서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놀다가
마침내 음악분수대 앞 광장에 도착하니 많은 아이들이 나와서 놀고 있었습니다.
준비해간 준모의 자동차와 비닐공은 또래 아이들의 인기 있는 장난감이 되어 준모 곁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같이 놀다가도 다른 아이가 비닐공을 잡고 있거나 자동차에 올라타려고 하면 마음이 불편한 듯했습니다.
준모는 자동차에 직접 타는 것보다 밀고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주변에 있던 아이가 타려고 하면
본인이 먼저 올라타서 탈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 같이 놀던 아이가 비닐공을 잡고 가만히 서있으면 공을 가져가려는 줄 아는지 빼앗아 들고는 멀리 달아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댓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돗자리에 올라앉아 아빠가 끌어주는 미끄럼을 타며 좋아하니
준모가 그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다가가서는 돗자리를 달라고 잡아당겼습니다.
어린아이가 다가와 돗자리를 잡아당기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조금 전에 미끄럼 타는 것을 보고
자기도 타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인조잔디 위에서 미끄럼 타는 것을 좋아하니 임시변통으로 음료수와 공을 넣어왔던 비닐봉지를 비워 깔판으로 이용했습니다.
준모가 비닐봉지 위에 앉게 하고 할애비가 쪼그리고 앉아 빠른 속도로 뒷걸음을 치며 당겨주니 신나게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제법 지나자 준모가 그릇과 비눗방울놀이 기구, 비닐공 등을 하나씩 자동차에 싣고는
마지막으로 할머니 가방도 직접 들었습니다. 준모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직접 물건들을 챙기는 것 같았습니다.
준모가 고집을 부릴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와 같이 정말 의젓한 행동을 보인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걷다가 할머니 등에 업혀 잠이 들었습니다.
준모를 거실에 눕혀 놓고 할애비도 곁에 누워있으니 흐뭇한 행복감과 함께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잠이 들깬 상태의 준모를 차에 태우고는
‘준모야! 잘 가라. 할아버지 집에 또 놀러 와. 안녕’하면서 손을 흔들어주니
준모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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