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잠이 오지만 외출하고 싶어요

돌샘 2013. 10. 15. 21:46

잠이 오지만 외출하고 싶어요

(2013.10.14)

외부 업무를 처리하고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준모를 보러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준모가 자다가 벨소리에 깨었다면서 할머니가 안고 서있었습니다.

할애비가 양팔을 내미니 안기어 와서는 머리를 어깨에 대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거실에 눕혀놓으니 단잠에 빠져 한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줄을 모르고 바깥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준모가 잠시 일어났지만 선잠을 깬 탓에 할머니에게 다시 업혀 잠을 청했습니다.

할애비에게 안기도록 손을 내밀어도 싫다하고 할머니에게 업혀 있기를 고집하였습니다.

잠을 잘 때는 할머니 등이 편하고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준모가 할애비와 외출하는 것을 좋아해서 찾아왔는데 오늘은 손자 얼굴을 보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벗어놓았던 상의를 입고는 ‘준모야! 할아버지 간다. 다음에 또 만나자.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업힌 채 눈을 살짝 뜨고는 할애비를 한번 쳐다보더니 내리려고 하였습니다.

아직 잠이 오는 얼굴 표정이었지만 할애비를 보니 외출하고 싶은 생각도 동시에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준모가 할머니도 같이 나가자고 하여 세 사람이 저녁산책을 나섰습니다.

 

집 앞 공원에는 가로등이 환하게 켜지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만 있을 뿐 나와 노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공원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숲길에 들어가서는 옆 아파트의 지상주차장에도 들어가 보고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에도 다가서보더니 이윽고 고속도로 옆에 새로 난 산책길을 발견하고는 앞장서 뛰어갔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공사중이라 무심코 지나쳤는데 도로 위 다리에 목재 데크가 설치된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준모는 앞서 뛰어가다가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할애비가 ‘준모야!’하고 부르면

양팔을 벌리고는 뛰어와서 할애비에게 덥석 안기기도 하였습니다.

준모의 이러한 정감어린 행동을 대할 때면 할애비 가슴에 커다란 행복이 다가와 덥석 안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준모가 지나가는 애완견을 보고는 관심을 나타내며 다가서고 따라가기도 하니

개주인 아줌마도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놀이터에 이르니 댓살쯤 되는 아이들 몇 명이 모래장난을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준모는 그 애들이 옆에 둔 줄넘기 줄을 잡고는 팔짝팔짝 뛰면서 줄넘기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전에도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준모도 옆에 다가서 웃으며 팔짝팔짝 뛰었는데 그 줄의 용도를 잘 아는 모양입니다.

미끄럼틀과 시소 등을 타며 놀다가 보니 어느 듯 늦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이제 준모도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고 할애비도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준모와 할머니는 아파트 출입문으로 들어가고 할애비는 밖에 서서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습니다.

준모는 할애비를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자꾸 가리켰습니다.

할머니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과정을 지켜보며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이웃 아주머니가

‘손자가 할아버지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답니다.

 

준모야!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고 좋은 꿈 많이 꾸거라. 내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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