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더 놀고 싶었어요
(2014.3.1)
준모가 2년 전 할애비 회갑 하루전날 태어났을 때
‘하늘이 분수에 넘치는 값진 보물을 내려주시는구나’하고 생각하였답니다.
준모의 생일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양력으로 정하고 할애비의 생일은
과거부터 해오던 관례대로 음력으로 지내니 올해는 8일간의 날짜 차이가 생겼습니다.
나의 생일모임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편리한 토요일 저녁에 외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하여 조금 기다리니 준모가 탄 차가 들어왔는데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준모야!’하고 부르니 잠결에 눈을 떴는데도
할애비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고 안겨왔습니다.
준모가 실내에 들어와 식탁에 놓인 케이크 포장을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언가를 재촉하는 몸짓을 하였습니다.
빨리 촛불을 켜고 촛불놀이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케이크 위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고 손뼉을 치며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 후에
촛불을 끄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촛불이 여러 개다 보니 준모가 입김을 불어 몇 개를 끈 상태에서 할애비가 불어 나머지를 껐더니
준모가 할애비를 힐끗 쳐다보며 다소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모가 입김으로 촛불을 다 끌 터인데 할아버지가 중간에서 방해를 하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할애비 생일이긴 해도 오늘 주인공은 우리 도련님인데 할애비 생각이 짧았구나!
그래서 다시 촛불을 붙여 준모가 끄도록 하였습니다.
식사를 할 때 준모는 맞은 편 아범과 어멈사이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식사중 수시로 할애비한테로 다가와서 안기기도 하고 무릎에 앉아 재롱을 부렸습니다.
어른들이 와인 잔을 들어 건배를 할 때 준모는 물통을 들어 소리가 나도록 잔에 부딪치며 좋아라하였습니다.
준모가 케이크를 먹으려는 행동을 보여 숟가락을 주었더니 크림을 맛있게 떠먹었습니다.
그리고는 튀김접시에 담겨있는 튀김을 손으로 집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어른들 입에 하나씩 직접 넣어주며 살가운 정을 표현하였답니다.
할애비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붙여 둥글게 원을 만들어 양쪽 눈에 붙이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준모에게
‘준모야! 배트 맨~’하고 이야기하였더니 그 모양새가 우스운지 준모도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눈에 대고 웃었습니다.
모두들 준모의 행동을 보며 웃고 즐기는 사이에 2시간 정도가 지난 모양입니다.
일어날 시간이 된 것 같아 준모에게 신발을 신겨 주차장으로 먼저 나왔는데
준모는 장시간 실내에서 갑갑하였던지 주변을 돌아다니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할애비도 준모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눈치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할애비가 가부장적인 고집을 좀 부릴 만한 상황이였지만
네 사람의 눈치를 이겨내지 못하고 준모와 아쉬운 작별을 하였답니다.
준모가 두 돌을 지나고 나서는 말하는 단어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다른 사람의 말도 한결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준모야! 다음에 만날 때면 말을 더 배워서 모든 사람들이 잘 듣도록
‘할아버지하고 더 놀고 싶어요.’하고 큰소리로 이야기하여라.
할애비가 더 놀고 싶다고 하면 모두들 ‘주책이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 도련님이 이야기하면 모두들 웃으면서 잘 따를 거야. 알았지...
'거연정 > 셋째 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모가 레고블록을 사주셨어요 (0) | 2014.05.07 |
---|---|
아빠와 아쿠아플라넷에 다녀왔어요 (0) | 2014.04.23 |
화분에 물도 주었어요 (0) | 2014.04.22 |
맛있는 음식 먹었어요 (0) | 2014.04.05 |
엄마랑 짐보리에 다녀왔어요 (0) | 201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