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지공거사가 되어

돌샘 2017. 4. 2. 22:34

 

지공거사가 되어...

(2017.3)

‘지공거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친구가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인용하여 ‘~나이 마흔에 불혹(不惑)하고

쉰에 지천명(知天名)하였으며 예순에 이순(耳順)하고 일흔에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하였다는

내용에 덧붙여 ‘예순다섯은 뭐라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말이라 궁금하여 ‘뭐냐?’고 되물었던 때가 칠팔 년은 되었나보다.

예순다섯을 ‘지공거사’라 한다고 알려주었다. 지공거사?

논어의 내용을 한두 번 훑어보기는 했는데 그런 말이 있었나?

순진한지 바보스러운지 어디에 그런 내용이 나오느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순다섯 살이 되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니 우스갯소리로 ‘지공거사’라 한다고 알려주었다.

같이 웃었지만 그 말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무력감이나 자괴감 같은 것이 묻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래도 몇 년은 남았으니 아직 늙지는 않았다고 위안을 삼았다.

 

오늘 회사에 출근을 하면서 미리 발급 받아두었던 우대용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지하철을 탔다.

이제 ‘지공거사’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지하철 우대용 교통카드를 처음 사용할 때 그 과정이 낯설고 어색했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다.

환승할 때는 교통카드가 빨리 감지되지 않아 순간 당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퇴근할 때는 벌써 익숙해진(?) 듯 일련의 과정을 밟는데 침착과 여유가 생겼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흐른다더니 어느새 지공거사가 되어 버렸구나.

이제 몸이야 젊은이들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겠지만 마음만은 푸르게 잘 가꾸어야지.

건강이 허락되어 무료 지하철을 타고 원하는 외출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는

내 자신과 가정은 물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리라 다짐해본다.

준모, 지우 할아버지! ‘지공거사’ 힘내요. 파이팅!

 

 

 

 

 

 

 

 

 

 

 

'돌샘 이야기 >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친구모임  (0) 2019.07.19
마산의 구도심  (0) 2018.12.14
강화 교동도  (0) 2016.05.28
창경궁, 창덕궁 탐방  (0) 2015.10.31
안보 및 문화탐방  (0) 201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