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여섯째 해

잘 놀았습니다

돌샘 2017. 4. 21. 09:33

 

잘 놀았습니다

(2017.4.16.)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준모는 장난치느라 웃으며 현관 쪽으로 달아나고 지우가 와락 안겨왔습니다.

현관에 들어와 내려주자 그냥 거실로 들어가지 않고 할머니께 신발을 벗겨달라고 하였습니다.

거실에서 ‘준모야! 할아버지가 준모 많이 보고 싶었다.’며 안아주자

지우도 안기려는 행동을 보여 할머니가 안아주었습니다.

지우가 앞장서 옥상 하늘정원으로 나가자

온 식구들이 따라 나가 봄꽃 구경도 하고 향긋한 보리수 꽃향기도 맡았습니다.

준모가 꽃을 심는다며 모종삽을 들고 흙을 파헤치려 했는데

할머니가 ‘흙을 흩어 놓으면 할아버지가 청소하느라 힘들다.’고 했더니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와 바닥의 흙을 쓸어 담았습니다.

역시 효손(孝孫)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격(?)이 다른 가 봅니다.

지우는 빈 물뿌리개를 들고 화분에 물주는 동작을 열심히 펼쳤습니다.

지난해에 화분에 물을 주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나 봅니다.

화단에 초목의 새싹이 돋아나는데 우리 집안 새싹들이 몰려와 활력을 불어넣으니

하늘정원엔 봄이 무르익어 가는 느낌입니다.

거실로 내려와 과일을 나누어 먹을 때 준모의 장난기가 발동하여

포크로 딸기를 집어 ‘지우야 먹어라’며 입에 갖다 대었다가

먹으려고 입을 벌리면 획~ 당겨 못 먹게 하였습니다.

준모가 같은 동작을 몇 번 반복하자 내심 지우가 싫은 반응을 보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오빠의 장난을 눈치채고 웃으며 잘 호응을 했습니다.

남매간 웃으며 주고받는 장난을 보고 있으니 할애비 마음도 흐뭇해졌지요.

 

오늘은 날씨도 포근하고 햇볕도 강하지 않으니

놀이터와 부근 학교 운동장에 가서 신나게 놀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준모와 먼저 놀이터에 가서 놀고 있으면 나중에 지우를 데리고 모두들 나오기로 하였습니다.

준모는 아파트 중앙광장으로 나오자 돌조각과 분수대 바위를 한번 씩 올라타 보고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고모도 일찍 합류하여 공놀이와 회전 자전거,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을 때 지우도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지우가 로프를 잡고 당겨서 비탈면을 오르는 높은 미끄럼틀은

타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혼자서 손쉽게 해내었습니다.

할머니가 지우가 미끄럼틀에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잡아주었더니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며 ‘제발요~’ 하였답니다.

‘제발요’가 무슨 의미인가 물었더니 ‘아빠! 제발요~ 엄마! 제발요~’하며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그냥 두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이라 하였습니다.

나이를 앞서가는 듯 강한 자립심을 나타내는 ‘제발요~’라는 말의 뜻을 알고는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지요.

놀이터 의자에 앉아 과자와 물을 먹으며 쉬는데 지우가 오빠를 ‘준모야! 준모야!’하고 불렀습니다.

‘준모 오빠를 오빠야!’하고 부르도록 일러주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스스로 ‘오빠야!’하고 고쳐 불렀습니다.

 

준모가 놀기 더 좋은 서초중학교 운동장으로 대가족 일곱 명이 이동을 하였습니다.

학교 운동장은 평소와 달리 축구를 하는 청소년들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교문을 들어서며 안내판을 보니 오늘 어학시험이 있으니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숙해 달라는 부탁이 적혀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족이 넓은 학교 운동장을 전세 낸 듯 독차지하게 되었지요.

준모와 고모 그리고 할애비 세 사람이 한쪽 축구 골대를 완전히 점령하여

골키퍼와 공차는 역할을 번갈아가며 공놀이를 즐겼습니다.

준모는 땀을 흘리면서도 쉬지 않고 골키퍼를 맡거나 공차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준모가 모처럼 축구 골대에서 슛을 하니 재미도 있었겠지만 체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우는 할머니, 아빠, 엄마와 놀다가 운동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공놀이에 합류하기도 하였습니다.

모두들 피곤하고 갈증이 날 무렵 의기투합하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준모가 ‘하부! 아이스크림 먹고 나서 어디에 가요?’하고 물었습니다.

‘아이스크림 먹고 나서 집에 가야지.’했더니 ‘누구 집에요?’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하부 집에 가야지’했더니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는 2층 방에서 장난감 자동차도 타고 컴퓨터로 애니메이션도 보았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놀 때 소음이 많이 나서 아랫집을 고려해 2층에서 놀도록 했는데 지우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목걸이를 보고는 ‘아이~ 예쁘다~’를 반복하며 간드러지게 애교를 부렸습니다.

외출했을 때는 할머니 앞에서 꽃을 보고 ‘아이~ 예쁘다~’며 귀여움을 부렸나 봅니다.

오빠와 함께 잘 놀다가도 자기 것임을 주장할 때는 ‘내꺼야 내꺼!’하며 강력하게 의견을 내세운다고 합니다.

숫자가 보이면 소리 내어 읽고 ‘생일 축하 합니다~’, ‘아빠 곰은 뚱뚱해~’하는 노래 가사도 흥얼거리곤 하였습니다.

준모는 오늘 기분이 상당히 좋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래 할애비의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조금 놀다가 돌아가곤 했던 게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오늘은 집 안과 놀이터, 학교 운동장을 번갈아가며 실컷 노니 흡족해 하였습니다.

손주들과 마음껏 노는 할애비 마음도 마찬가지랍니다.

바둑 ‘알까기’ 시합을 마지막으로 오늘 조손간의 놀이는 막을 내렸습니다.

집으로 갈 때 ‘준모야! 오늘 잘 놀았니? 기분 좋아?’하고 물으니

모처럼 웃으며 큰소리로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더 놀고 싶은데 그만 가야했던 날에는 자는 체 눈을 감고 아쉬움을 표현했었지요.

지우는 항상 그러하듯 싱글벙글하며 ‘빠이 빠이~’를 하였습니다.

손주들이 즐겁게 놀고 간 집안 곳곳에서는 귀여운 웃음소리가 자꾸 들려오는 듯합니다.

 

준모야! 지우야! 푸르른 신록의 계절은 너희들의 세상이란다.

푸르고 바르게 자라 가정과 나라의 튼튼한 기둥이 되길 바란다.

준모 도련님! 지우 공주님! 또 만나요. 안녕~

 

(준모와 지우의 공통 이야기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쓸 기회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오빠와 동생 블로그에 번갈아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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