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여섯째 해

더 놀다 갈래요

돌샘 2017. 5. 26. 23:26

 

더 놀다 갈래요

(2017.5.20.)

준모네 식구들이 잠시 다녀가기 위해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첫 번째 문이 열릴 때는 할머니만 내렸고

두 번째 문이 열렸을 때에야 지우가 나타나 안겨왔고 준모도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외출했던 할머니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나봅니다.

손주들 덕분에 할머니도 모처럼 나의 마중을 받은 셈이 되었지요.

남매가 2층 컴퓨터 방에서 장식 물건들을 만지며 놀다가 지우가 

‘하부지! 이거 뭐예요? 저건 뭐예요?’하고 질문 보따리를 펼쳤습니다.

‘이건 양초고, 저건 신랑신부 인형이란다.’하고 대답하자 또 다른 질문을 솟아내었습니다.

하늘정원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넝쿨장미와 여러 가지 꽃들을 구경시켜주려고

밖으로 안내하자 남매 모두 무척 좋아했습니다.

준모는 꽃을 심겠다고 해서 비닐위에 화분과 꽃모종, 삽을 가져다주니

퍼질고 앉아 삽으로 흙을 파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플라스틱 간이의자를 건네주자 도련님처럼 점잖게 앉아 꽃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평소에 흙장난을 금기시 한 탓인지 모종을 심으면서

손으로 흙을 만져야 할 때면 나를 쳐다보며 난감해 하였습니다.

‘준모야! 모종을 옮겨 심을 때 손에 흙이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야!

삽으로 이렇게 모종을 옮기고 손으로 이렇게 흙을 눌러주는 거야.’했더니

그제야 안심하고 손으로 흙을 만지며 모종 심는 재미에 흠뻑 빠졌습니다.

지우는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달라고 하여 물을 넣어주면 이 꽃 저 꽃에 열심히 물을 주었습니다.

하늘정원의 꽃들은 도련님과 공주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예쁜 꽃들을 많이 피울 겁니다.

 

상에 차려진 과일을 나누어 먹을 때 지우는 식탁에 놓여있던 고깔콘을

들고 와 먹으며 주위 모두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입맛에 잘 맞은 모양입니다.

준모는 소파에 기대 앉아 마음에 드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습니다.

부엌 쪽 베란다에서 바람이 갑자기 불어와 출입문에 설치된 커튼이 훌렁~ 부풀어 올랐습니다.

지우가 그 모양을 보고 ‘우와~ 괴물이다!’하였습니다.

모두들 지우의 말솜씨와 단어 실력에 입이 쩍~ 벌어졌답니다.

말문이 터질 때까지는 이제나저제나 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말문이 터지고 나니 놀라움과 감탄으로 이어집니다.

주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집중해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준모가 의젓하고 대견해 보였습니다.

한 때는 주위 사람들이 지우를 귀여워하면 샘을 내었고, 그 나이에 그게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요즘은 샘을 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대견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안쓰러운 생각이 싸~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른들도 형제, 자매, 남매 중 자기가 아닌 상대방을 칭찬하거나 치켜세우면 마음이 편할 리가 없는데...

어린 마음에 표현을 하지 않아도 혹시 마음앓이를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준모 곁에 조용히 앉아 양손으로 준모의 손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준모야! 정말 대견하구나. 할아버지는 항상 널 사랑한단다. 혹시라도 서운한 마음이 들 때면

터놓고 이야기해라. 알았지!’하고 이심전심 아니 스킨십을 통해 마음을 전했답니다.

 

아범이 나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그만 집에 돌아가려고 하자

준모는 더 놀고 가겠다며 본인의 의사를 강력히(?) 내세웠습니다.

할머니와 놀이터에 가서 재미나게 더 놀고 아이스크림도 먹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했습니다.

할애비가 빨리 건강해져서 언제든지 손주들과 신나게 실컷 놀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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