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 나들이
(2017.5.27.~5.28)
준모가 3~4주에 한번쯤은 할머니 집에 놀러오지만 자고 간지는 1년이 넘었나봅니다.
모두 서울에 살다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고 갈 필요가 없으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도 어릴 적 할머니 댁이나 외갓집에 가서 한껏 귀여움을 받으며
마음껏 놀았던 아련한 추억은 항상 샘물과 같이 맑은 청량감을 주겠지요.
준모도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지만 당일 놀러왔다가 돌아가면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답니다.
준비를 하여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는 오는 법.
드디어 이번 주말에 준모가 할머니 집에 1박 2일 나들이를 하게 되었답니다.
조부모는 물론이고 고모의 사랑도 독차지한 생활의 이모저모를 기록으로 남겨놓습니다.
(나들이 첫째 날)
준모를 12시쯤 데려 와 점심식사를 같이하려고 계획했는데 11시쯤 되자
준모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빨리 오지 않고 뭐하느냐고 야단(?)하였다고 합니다.
조부모는 준모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하여 여유를 두었는데 일찍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나봅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 준모가 엄마와 함께 킥보드와 축구공 그리고 책,
장난감, 문구류, 가방, 옷 등을 담은 보따리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서로 가슴을 꼭 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차에 올라 할머니 집으로 향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할머니와 준모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할애비는 우리 집 최고의 보물이 타고 있으니 여느 때와 달리 바짝 긴장한 상태로 운전을 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짐을 챙겨놓고 조손이 식탁에 앉아 즐겁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준모가 가방에서 색종이를 꺼내 거실 창턱의 바닥에 펼쳐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하늘정원으로 나가 꽃구경을 하고 꽃모종도 옮겨 심고 화분에 물도 주었습니다.
다시 거실에 내려와서 색종이를 펼친 창턱의 뒤쪽 틈새에 책, 연습장, 색연필,
스티커, 터닝 메카드 등을 비스듬히 세워 제법 그럴듯하게 정돈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색종이와 문구류를 이렇게 진열한 까닭을 모른 체 지켜보기만 했답니다.
킥보드를 타고 중앙광장을 가로질러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놀이터엔 우리보다 먼저 나온 가족 두 팀이 있었습니다.
준모에게 몇 살이냐 묻고 크다며 접근해 온 다섯 살 여자아이 가족과 쉽게 친해져 술래잡기와 놀이를 같이했습니다.
조손이 축구공을 차며 놀 때 할머니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축구공이 비닐공과 달리 제법 묵직한 느낌을 주었지만 준모가 힘 있게 잘 찼습니다.
준모가 땀을 흘리며 어지간히 잘 논 것 같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좋아했습니다.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목욕을 시킨 후에 할머니는 준모가 원하는 치킨을 사러갔습니다.
배달시키는 것보다 직접 가서 사와야 바삭바삭하여 맛있다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통닭을 나누어 먹는데 준모는 쫄깃한 다리나 바삭한 껍질을 좋아하고 몸통 살은 싫어했습니다.
준모가 뜻밖에 ‘우리 가게 놀이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준모가 색종이와 각종 문구류를 창턱 부근에 진열했던 이유가 이제야 밝혀졌습니다.
가게 놀이를 어떻게 하는지 방법은 잘 몰랐지만 조부모 모두 흔쾌히 동의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손님이 되어 준모 사장(?)에게 학용품값을 묻고 쇼핑을 했습니다.
학용품을 팔고 계산을 할 때 바코드를 감지하는 기계음 소리도 흉내를 내었습니다.
다음으로 할애비가 손님이 되어 학용품 사기에 나섰습니다.
물건 값을 흥정하고 가격을 셈하는데 아직 가격계산은 미숙할 수밖에 없지요.
계산을 끝내고는 준모가 ‘휴’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사장님! 물건을 팔았으면 기분이 좋아야지 왜 한숨을 쉽니까?’했더니 준모의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할머니가 이 장면의 동영상을 촬영해 놓아 여러 번 같이 보고 웃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틈이 생기면 ‘고모 왜 안와. 언제 와?’하며 계속 묻다가
전화를 직접 하여 빨리 오라는 명령(?)까지 내렸습니다.
다시 가게 놀이를 시작하면서 오천 원짜리 지폐를 내놓자 준모가 놀이였다며 아까 받았던 돈을 되돌려주려고 하였습니다.
‘놀이를 해도 돈을 직접 받아야 실감이 나고 계산하는 방법도 빨리 익혀지는 거야.’하며 돈을 가지도록 하였습니다.
놀이는 더욱 재미를 더 해 갔고 외출했던 고모도 도착했습니다. 고모와도 가게 놀이는 계속되었습니다.
고모와 놀이를 할 때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말은 상당히 세련되었는데 계산은 여전히 미숙했습니다.
돈을 계산하는 방법을 일찍 가르쳐 주어야하나 마음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수수께끼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정답을 말로 대답하다가 준모가 글로 쓰는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나비, 잠자리, 개미, 벌 같은 것을 모두 통틀어 뭐라고 하지?’ 물으면 ‘곤충’하며 대답하고는 글로 썼습니다.
꽤 학구적인(?) 놀이가 계속되는 동안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다.’고 했더니 준모는 고모와 같이 자겠다고 했다가 할머니가 같이 자자고 하니 안방으로 갔다가
결국은 할아버지하고 같이 자겠다며 거실로 나왔습니다.
장소가 넓기도 하거니와 TV도 볼 수 있어 좋았던 모양입니다.
놀이터에서도 많이 뛰어다녔고 가게 놀이와 수수께끼 놀이를 밤늦게까지 하느라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준모가 꿈나라로 향하자 불을 끄고 모두들 내일로 향하는 열차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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