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 방문기
(첫째 날)
(2017.7.22.)
준모가 오후에 할머니 집에 올 예정이었지만 지우가 구내염 증상이 있어
전염예방 차원에서 오전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할애비를 보자 대뜸 문구점 가게 상품을 진열할 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손주들이 놀기에 적합하도록 올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조손이 함께 문구류를 진열하여 가게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며 천 단위 돈을 더하고 빼는 계산을 하였습니다.
십 단위 이하의 덧셈 뺄셈은 자신 있게 잘 하는데 천 단위 계산은 조금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
플라스틱 장난감을 물에 띄워 놓고 물장난을 치고 싶은 모양입니다.
준모는 목욕탕에 물을 채워놓고 놀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의 특별(?) 배려로
거실에 물을 담은 대야를 갖다놓고 장난감을 띄우는 놀이를 했습니다.
고래와 문어, 게 모양의 여러 가지 장난감을 물에 띄우고 재미나게 물장난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김밥 만들 재료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김밥을 만들어 달라 부탁하여 때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저녁에 가족이 모여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손자의 요청으로 일찍 만들었습니다.
김밥을 2줄 정도 먹고는 ‘하부! 우리 피구 놀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제안에 ‘피구가 뭐지?’하고 물으니 ‘공을 던지면 피하고 몸에 맞으면 아웃되는 놀이요.’하였습니다.
블록으로 대강 경계를 만들어 놓고 피구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준모가 예상외로 공을 잘 피하고 세게 던진 공을 받아서 낚아채기도 하였습니다.
피구 놀이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태권도 도장에서 배웠다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피구놀이를 좋아해서 다른 사람은 지루하지만 게임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힘 든다며 사정을 하여 겨우 피구놀이를 중단했더니 이제는 놀이터에 나가서 놀자고 하였습니다.
날씨가 흐리기는 해도 한 여름의 무더위가 염려스러워
저녁 무렵에 놀이터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놀이터에서는 미끄럼과 회전 자전거를 타고 비닐 공차기와 피구놀이도 하였습니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런저런 놀이에 그침이 없었습니다.
준모의 체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땀을 닦아주자 부채로 얼굴에 바람을 부치더니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아 돈이 없다고 했더니
자기는 놀이터에 있을 테니 집에 가서 돈을 가져 오라고 하였습니다.
얼른 집에 가서 지갑을 가지고 나오니 준모도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조손이 마주보고 웃으며 손을 잡고 ‘맥 드라이브’로 갔습니다.
주문을 하고 시원한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오후 느지막하게 지우가 도착했습니다.
구내염 증상이 있지만 처음에 조금 차분하게 행동하였을 뿐 금방 뛰어놀았습니다.
역시 아이들이라 분위기에 휩싸여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노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지우가 오빠가 가지고 있던 부채를 보더니 ‘내꺼야 내꺼~ 이리 줘!’하면서 잡아당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우가 어린이집에서 수박이 그려진 부채를 만드는 장면의 사진을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우는 2층에서 책을 가져와 보면서 놀았는데 평소에도 책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오빠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청소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빗자루를 받아 청소를 했습니다.
아빠에게 ‘고모 어디 갔는지 알아요?’하고 묻기도 하고
‘할머니집이 놀기 좋아요.’하는 등 다 큰 아이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고모 방에서 여러 종류의 인형을 들고 나와 지우에게 건네주자 좋아하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범이 내일 해외출장 예정이라 집에 가서 쉬도록 하였지만, 지우가 놀이터에 가서 놀겠다며
신을 신고 현관에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준모와 지우를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지우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미끄럼도 타고 철봉대에 매달리기도 하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준모는 고무공을 높이 차 놀이터 울타리를 넘기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는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간다는 얘기를 듣고, 출장 가지마라며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모두들 달랬지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는 바람에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지우가 오빠를 안아주고 애교도 부리며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힘썼지만 허사였습니다.
장시간 흐느껴 울었는데 준모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준모의 울음은 다음날 점심 무렵 아범이 공항에서 안부전화를 했을 때 되살아났고,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아침에는 ‘아빠가 지금쯤 도착했을까요?’하고
물어와 깊은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자간의 사랑과 두터운 정 그리고 신뢰감이 묻어나는 것 같아
준모의 울음소리와 눈물방울은 내 마음을 미묘하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가게 놀이와 피구 게임을 한 후에 하늘정원 꽃에 물을 주러 나갔습니다.
준모도 따라 나와 자기가 꽃에 물을 주겠다며 분사기로 한참 물을 주었습니다.
내가 물을 주는 동안 준모는 분무기통에 물을 넣고 꽃에 물을 뿌렸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하자 할애비 쪽으로 살짝살짝 물을 뿌리며 키득거렸습니다.
물주는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려 지루할 텐데도 내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밤에는 산수책을 가져와 더하기 빼기 셈을 하였는데 틀리지 않고 잘했습니다.
고모가 귀가하여 준모가 셈하는 것을 보고 잘 한다고 칭찬을 하자
‘고모! 내가 아까 왜 울었는지 알아?’하고 물었습니다.
‘아빠 출장 간다고 울었다면서’하니 ‘아니야 독일 간다고 해서 울었어.’하였습니다.
잘 울지 않는데 아빠가 멀리 출장을 간다고 해서 부득이 울었다는 점을 밝히려고 했나 봅니다.
밤이 깊어가자 소파에 앉아 TV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슬그머니 내 옆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든 준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에어컨과 선풍기 강도를 조절한 후에
사랑하는 손자 옆에 누워 행복한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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