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야~ 내꺼!
(2017.8.13.)
오늘은 아범과 나에 관한 일로 온 가족이 백화점에서 만났습니다.
내가 구두점에 있을 때 할머니가 양복점에 있던 준모와 지우를 데리고 왔습니다.
지우는 할머니에게 안기고 준모는 웃으며 힘껏 달려왔습니다.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준모야~’하고 부르며 양팔을 벌리자 덥석 안겨왔습니다.
육중한 중량감과 함께 믿음직한 신뢰감이 밀려와 내 가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지우에게 양손을 내밀자 미소를 지으며 안겨왔습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할 땐 전성기를 넘긴 노장이지만 손주들과 놀 때는 한창 전성기(?)인가 봅니다.
양복점에 모두 모이자 준모와 지우는 마음이 들뜬 듯 마네킹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쳤습니다.
점원들의 눈치를 받지 않는 매너 좋은 도련님과 공주님이 될 수 있도록
유모차에 번갈아 태워가며 매장사이를 산책했습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색다르게 만나니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쇼핑의 마무리 작업은 집사람과 새아기에게 부탁하고 손주들과 함께 아범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왔습니다.
준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져온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를 창가에 쭉 펼쳐놓고
2층으로 올라가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살수기를 들고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분사하며 놀다가 담장 밖으로 물줄기가 나가는 것을 만류하자
분무용 물통에 물을 채워달라고 하였습니다.
뭘 하나 하였더니 화초사이에 거미줄을 쳐놓고 편안히 쉬고 있던 거미에게 물세례를 날렸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물벼락을 맞고 놀란 거미가 도망을 가자
준모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동안 하늘정원에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거미가 모기나 해충의 번식을
억제하는 일을 맡아왔는데 오늘은 시련을 겪는 날이 되었습니다.
준모에게 살생은 좋지 않으니 거미가 도망을 가면 그냥 놓아주도록 권유를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제법 시간이 지나 집사람과 새아기도 집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가 며칠 전에 새로 개장한 마트에서 받은
경품용 소꿉놀이 장난감을 지우에게 전해주자 활짝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는 자기에게 주는 선물이 없자 서운해 하며
소꿉놀이 장난감을 작동시키며 마음을 달래려 하였습니다.
지우가 오빠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잡아당기며 ‘내꺼야~ 내꺼!’하고 큰소리쳤습니다.
준모도 쉽게 양보를 하지 않았지만 지우가 장난감을 기어코 빼앗은 후에야 사태가 수습되었습니다.
지우가 할머니로부터 직접 장난감을 받았고
소꿉놀이용 장난감이라는 용도상으로도 분명히 자기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학용품을 가지고 오지 않아 가게 놀이를 하지 않으러나 생각했는데
아빠로부터 선물 받은 과자로 놀이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아까 하늘정원에 나가기 전에 준모가 서둘러 과자봉지를
창가에 진열해 놓은 것이 놀이 준비였나 봅니다.
나는 이제껏 학용품으로만 놀이를 해왔기에 으레 학용품만 생각했는데
준모는 학용품의 대용으로 과자를 생각한 모양입니다.
할애비는 닫힌 사고방식을 가졌고 손자는 유연하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결과이겠지요.
준모와 처음 가게놀이를 시작할 때의 의도는 큰 숫자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인데 하다가보니 부수적인 장점들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우선, 준모가 고집이 제법 센 편인데 놀이도중에
자신이 고집을 꺾어야 할 때를 알아서 양보를 한다는 점이지요.
가격을 흥정하여 거래가 성립되면 돈을 받고 영수증을 써주어야 하는데
한글과 숫자로 글을 써서 영수증을 만드는 일이 때로는 귀찮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돈을 받으면 영수증을 써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싫을 때도 참아가며 영수증을 만들어 준답니다.
또한 물건을 사고 계산이 끝나면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하고
인사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고 잘 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잘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에티켓으로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야 할 덕목이겠지요.
그리고 물건을 팔면서 받는 돈은 본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이기에
그냥 용돈을 받는 것에 비하여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가게 놀이가 지루해지자 바둑 알까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조손이 알까기 놀이를 할 때는 준모가 제안한 변경된 룰이 적용된답니다.
바둑알을 손가락으로 튕기던 방법을 끌어서 밀어치는 방법으로 변경했는데 조손의 실력이 대등해졌답니다.
시합은 승패를 서로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이어졌고 힘껏 바둑알을 치니 귀퉁이가 깨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내일은 아범이 아이들을 데리고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놀러갈 예정이라
김밥과 백숙으로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가서 쉬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준모는 식사를 마치고 놀이터에 나가 놀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준모에게는 내일 신나게 노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노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할애비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중앙광장을 지나다가 눈에 띄는 석재조형물을 한번 올라타 보더니 다시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놀이터에서는 회전 자전거를 몇 바퀴 타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곧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우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상어가족’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준모는 용변을 보고 다시 놀이터로 가려고 하였지만
짐을 챙겨 집에 갈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를 보고는 별 말없이 따랐습니다.
놀이터에서 재미나게 노는 일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만 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네게 주는 선물이 없어 서운했니?
할아버지가 다음에 좋은 장난감 사줄 테니 서운함 풀도록 해라.
지우야! 소꿉놀이 장난감 마음에 들었니?
‘상어가족’ 노래와 춤을 추니 더욱 귀엽고 예쁘구나.
우리 도련님! 공주님! 이제 더위도 점점 누그러질 테니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지내세요.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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