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생일
(2019.3.23.)
오늘은 지우의 네 번째 생일입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점심 무렵 미리 약속된 장충동으로 출발했습니다. 생일날 족발 전문점에서 외식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지만, 족발을 좋아하는 준모와의 약속도 겸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생일축하 행사는 제3의 장소에서 하는 것으로 계획했습니다. 생일선물로 산 ‘노래하는 핑크퐁 동전노래방’을 들고 음식점을 들어서니 지우네가 먼저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지우에게 생일 선물을 전하자 지우는 물론이고 준모의 관심도 장난감에 집중되었습니다. 준모는 족발이 구미에 맞는 듯 잘 먹었지만 오늘의 주인공 지우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점심은 족발로 때우고 차 한 대에 모두 타 광화문 역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차안에서 준모와 지우가 자랑 끝에 서로 자기가 더 똑똑하다는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경쟁의 이면에 사연이야 있겠지만 지우가 오빠를 상대로 공개적인 도전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남매가 자기가 더 똑똑한 이유를 설명하며 자기의 주장에 동의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누가 내 질문에 잘 대답하는지 듣고 판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남매가 동의를 하고 조용해졌습니다. 박물관을 들어서자 1층에 10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박물관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말이 박물관이지 일종의 어린이 놀이시설이라는 표현이 적합하겠지요. 지우는 박물관내 각종 시설에 호기심을 가지고 잘 놀았지만, 준모는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듯 한번 쭉 돌아보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조부모와 같이 위층 성인용 역사박물관으로 올라갔는데, 그곳 전시물도 준모의 관심을 사로잡을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역사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다시 어린이 박물관에 들어가 여러 대륙에 위치한 나라들의 유적과 전통복장 알아맞히기 블록놀이를 했습니다.
지우의 생일 케이크 행사는 외부에서 하려다 할머니 집에서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준모가 할머니 집에 가서 놀기를 원하니 그렇다면 구태여 밖에서 행사를 할 필요가 없지요.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까 남매간에 누가 더 똑똑한지 경쟁하던 상황이 재현되었습니다. 남매가 모두 자신 있는 태도로 테스트할 질문을 빨리 하라며 재촉을 했습니다. 올곧고 슬기롭게 잘 자라는 손주들의 우월을 가릴 필요도 없고 방법도 없었습니다. 이런 기회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동서남북 방향과 지하철역 이름을 익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차창너머 반포대교 남단 화단에는 노랗게 개나리가 피었습니다. 손주들과 봄 풍경도 보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모두들 둘러앉아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자 지우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케이크의 생일촛불을 끄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우는 생일 선물로 받은 ‘노래방’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오빠의 부러움을 사며 뽐내기도 했습니다. 틈틈이 지우의 재롱을 보고 ‘루미큐브’ 게임도 하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루미큐브를 할 때는 준모와 어른 3명, 총 4명이 게임을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교대로 지우를 돌봤습니다. 여러 판의 게임이 진행되자 게임실력은 준모가 어른들보다도 한 수 높은 것으로 판가름 났습니다. 어른들은 손에 든 ‘보드’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준모는 바닥에 깔린 ‘보드’까지 읽으며 수를 헤아려 나갔습니다. 할머니가 안방에서 지우를 돌볼 때는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와 춤도 유도하여 흥겹게 논 모양입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놓은 덕분에 지우의 귀여운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었습니다. 준모가 재미있게 열심히 놀던 중 할머니께 저녁을 먹고 더 놀다 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예상하지 않았던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손자의 부탁은 명령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지요.
할머니가 생선과 오징어, 전 등 손주들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저녁 준비를 마치자, 게임을 잠시 중단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거실에 다시 둘러앉았습니다. 준모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모두 루미큐브 놀이 삼매경(?)에 빠져, 머리를 굴리며 수를 읽느라 주위는 정적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지우는 노래방 장난감 재미에 흠뻑 빠져 혼자 놀아도 즐겁기만 한 모양입니다. 틈만 나면 ‘핑크퐁 동전노래방’에 코인을 넣고 음악이 나오면 마이크로 노래를 부른 후 점수까지 확인하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도 게임중간에 틈이 나면 동생에게 자기도 노래방 한번 해보자고 사정을 했습니다. 지우는 그럴 때면 장난감 주인노릇을 톡톡히 하며 어쩌다 한번 양보를 하곤 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놀이에 몰두한 사이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준모는 더 놀고 싶다며 간절한 의사표현을 했지만 내일을 위해 다음에 더 놀자며 달랬답니다.
지우야! 너의 네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 지우가 하도 똑똑하고 애교가 많아 정말 네 번째 생일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헤아려 보았단다.
네 이름은 슬기롭고 지혜로워 큰 불빛처럼 세상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인물(人物)이 되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그 뜻대로 잘 자라고 있으니 흐뭇하기 그지없구나.
우리 변지우씨! 사랑해요. 안녕~ 또 만나요.
* 지우는 어릴 때부터 ‘공주’나 ‘아가씨’라는 호칭을 싫어하고 ‘변지우~’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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