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방문기(3)
(2019.4.19.)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눈앞에 활짝 웃는 지우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지우가 할머니 등에 업혀 있고 마트에 가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지우가 나를 보자 안겨오면서 “할아버지! 해님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져요. 할아버지! 내가 천재지요?”하였습니다.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예전에 지우가 오빠와 서로 똑똑하다며 경쟁하던 날, 내가 가르쳐준 내용이었습니다. 당시는 ‘동쪽과 서쪽, 뜨고 진다’는 말을 조금 헷갈려 했는데 오늘 할머니께 자신 있게 배운 모양입니다. “내가 천재지요?”하는 말은 “내가 똑똑하지요?”하는 뜻인 모양입니다. “그래, 우리 손녀 변지우! 최고야~”하며 치켜세우자 지우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마트는 할머니 혼자 가기로 하고 지우는 안긴 채 나와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놀이터 옆을 지나자 놀고 가겠다며 시소와 미끄럼을 번갈아 탔습니다. 태권도복을 입고 아빠와 함께 지나가던 아이가 지우를 보고 놀이에 동참했습니다. 처음 보는 동네 언니일 텐데 회전자전거를 빨리 돌리라며 명령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만 집에 들어가자 했지만 더 놀다가 마트에서 돌아오는 할머니를 만나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지우가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도 하늘정원에 올라갔다가 놀이터에 나가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합니다.
지우가 준비해 온 토끼머리띠를 예쁘게 착용하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데, 할머니가 좋아하는 곰국을 주자 싱글벙글하였습니다. 할머니더러 흰국물(곰국)이 지난번보다 더 맛있다며 엄지를 내밀어 보이고 즐거운 표정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할머니 왈 “손녀가 저렇게 좋아하며 애교까지 부리니 힘들어도 안 해줄 수가 없네.”하였습니다. 지우가 좋아하는 청포도가 후식으로 나오고... 지우의 애교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아범이 도착한 후에 지우는 피곤한 듯 보료에 누워 TV를 보았습니다. 아범이 “지우야! 누워서 TV보면 눈 나빠진다.”고 하자 벌떡 일어나 앉았고 쿠션을 받쳐 소파에 기댔습니다. 조부모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지우가 여러 가지 토를 달았을 텐데, 아빠의 말에는 영이 잘 서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겨 현관으로 나갈 때, 지우가 조부모에게 “오늘 잘 놀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하며 다 큰 아이처럼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차가 출발할 때는 큰소리로 “할아버지~ 할머니~ 잘 쉬세요.”하는 인사말을 남겼답니다. 지우가 탄 차는 정문을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어린 손녀가 남긴 흐뭇한 인사말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오늘 잘 놀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잘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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