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방문기(4)
(2019.4.26.)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 때 할머니가 지우에게 “할아버지 왔다~”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막상 현관을 들어서니 조용했습니다. 지우가 어디 숨었나 봅니다. “지우야! 어디 있니?”하며 찾자, 안방에서 웃으며 뛰어나와 안기고는 소파와 공부하던 상 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내가 사진을 찍으니 다양한 자세로 호응을 해주었습니다. 지우가 좋아한다며 할머니가 어제부터 준비한 곰국으로 저녁준비를 마치자, 조손이 마주앉아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곰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불현듯 하늘정원이 생각난 모양입니다. 하늘정원에 올라가자는 것을 춥다며 만류를 해보았지만 지우의 마음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냥 밖에 나가면 감기 걸리니 외투를 입도록 하고 외등을 켜자 지우의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정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빛에 비친 하얀 구름이 줄무늬처럼 길게 드리워지고 구름사이에 반짝이는 별도 보였습니다. “할아버지! 하늘에 왜 구름이 있어요?”하며 지우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여기로 날아왔다가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단다. 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내리지만 지금은 맑아지고 있는 모양이다.”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저기 별은 왜 있어요?”했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져 하늘이 어두워지니 구름 사이에 있던 큰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란다.” 한참 계속되던 지우의 질문은 달빛과 전등 불빛 아래 예쁘게 핀 꽃구경을 하느라 끝이 났습니다.
거실에 내려와 TV를 틀었는데 익숙한 음악이 나오자 지우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지우의 춤은 자주 보지만 음악에 따라 춤동작에 차이가 있어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춤이 끝난 후에는 인형을 들고 나와 할머니와 장난을 치며 크게 웃었습니다. 조부모가 지우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권하자, 상 위에 연습장을 올려놓고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완성하여 내미는 그림을 보니 고양이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조손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지우가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했습니다. “지우야!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고 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너는 앉아 있었잖아.”했더니, 지우가 대답하기를 “달리기를 안 해도, 기분이 좋을 때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요.”하였습니다. 재치 있는 답변에 적극 공감을 표했는데, 지우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어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지우가 오후에 할머니와 있을 때는 산수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할애비에게는 ‘뱀’이 영어로 ‘스네이크’라며 멋지게 발음해 보이며 은근히 자랑을 하였습니다. 아범이 도착하자 조손이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차가 떠날 때 지우가 조부모에게 귀여운 목소리로 “잘 씻고 자겠습니다.”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헤어질 때는 매주 인사말의 내용을 바꾸어가며 제법 의젓하게 인사를 잘 했습니다.
'손녀 > 4~5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방문기(5) (0) | 2019.05.10 |
---|---|
서울 식물원 방문 (0) | 2019.05.10 |
할머니 방문기(3) (0) | 2019.04.26 |
할머니 방문기(2) (0) | 2019.04.19 |
할머니 방문기(1) (0) | 201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