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4~5세

할머니 방문기(5)

돌샘 2019. 5. 10. 20:36

할머니 방문기(5)

(2019.5.3.)

현관을 들어서며 “지우야!”하고 반갑게 부르니 “난 아빠 오는 줄 알았네...”하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썰렁한 분위기에 아범이 오늘은 일찍 지우를 데리러 온다는 연락이 왔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말에 의하면 현관 밖에서 소리가 나자 지우가 “할아버지 왔다~”하고 반가워했는데 능청스레 딴전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우는 나중에 아범이 도착했을 때도 짐짓 눈길 한번 안주고 TV만 보았습니다. 아범이 “지우야! 그러면 난 간다.”하면서 현관으로 나가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안 돼!”하며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습니다. 내가 옷을 갈아입으며 “지우야~ 오늘은 할머니와 무얼 하며 지냈니?”하고 묻자 “비밀이에요.”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귀에 입을 대고 손으로 살짝 가려서 뭐라고 속삭였습니다.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수준이 한 단계씩 발전하여 이제는 어른들 머리꼭대기에 앉은 모양새가 된 듯합니다. 지우는 저녁으로 빵에 잼을 발라 먹었다며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와 책도 읽고 놀이용 블록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지우가 하늘정원에 함께 가자고 하였습니다. 아파트외벽 도색작업 중이라 어지럽혀 있다고 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같이 나가서 상황을 직접 보고서야 정원의 혼잡한 상태를 파악했습니다. 곧 거실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자기를 안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낮에는 할머니와 놀이터에 나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오랫동안 재미있게 뛰놀았다고 하였습니다. 피곤한 듯 소파 아래에 기대어 앉았는데 오늘은 TV를 보겠다고 하지 않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알고 보니 지우가 할머니와 약속한 프로 편수를 이미 다 보았기 때문에 더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보고 싶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지우야! 약속은 지켜야하지만 할아버지가 틀어주는 것은 봐도 괜찮다.”하며 TV를 틀자, 그제야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를 이야기했습니다. 아범이 도착하고 할머니가 주신 청포도를 맛있게 먹은 후 집에 돌아갈 즈음 “아빠! 엘리베이터와 시계놀이 해요.”하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엘리베이터 놀이는 겨드랑이를 잡고 층수에 따라 단계별로 들어 올려주고, 시계 놀이는 겨드랑이 밑을 잡고 좌우로 흔들어주는 놀이였습니다. 지우는 좋아서 깔깔대었지만 할애비는 다음에 해 줄 힘이 있을지 염려스러웠습니다. 지우는 배낭을 메고 내려가 차를 타고는 조부모에게 힘껏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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