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탄생 100일~1세

소민이의 낯가림

돌샘 2019. 7. 19. 20:45

소민이의 낯가림

(2019.7.13.)

친구들과 교외의 경치 좋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무렵 집사람이 소민이가 왔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들어섰을 때 소민이는 거실 보료 위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손부터 씻고 마주보며 ‘소민아~’하고 불렀더니 할애비를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고는 살짝 웃었습니다. 소민이가 이제 낯을 가리지 않으려나 하고 희망 섞인 기대를 하는 동안 다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결국은 할애비 얼굴이 낯설어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얼굴을 보면 우는 것이 낭패스러워 처음엔 소민이 가까이 가는 것을 피했습니다. 그러다가 요령이 생겨 어깨 뒤쪽을 향해 세워 안으니, 뒷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며 놀았습니다.

 

할머니는 나보다 얼굴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낯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안경을 쓰고 있으니 얼굴이 더욱 생소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소민이네가 놀다가 저녁이나 먹고 가려나 생각했는데 점심을 같이 했다고 하였습니다. 식탁에 앉아 올 때 사온 아이스크림을 나누어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 내가 소민이를 안았지만, 가슴을 맞대고 세워 안으니 잘 안겨있었습니다. 낯가림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고, 그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