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탄생 100일~1세

소민이의 얼굴 익히기

돌샘 2019. 8. 16. 22:58

소민이의 얼굴 익히기

(2019.8.6.)

소민이가 낮에 할머니집으로 놀러 와 할머니와 잘 지내면 아빠, 엄마만 외출할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지만 소민이 돌보며 전화 받기 번거로울까봐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소민이가 지금쯤은 집으로 돌아갔겠구나 생각하며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집사람이 전화로 어디쯤 왔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전화까지 하여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왜 그러냐고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소민이네 식구가 저녁을 함께 하려고 기다린다는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소민이 낯가림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던 차에 직접 살펴 볼 기회가 생겼으니 잘 되었습니다.

 

지난번엔 현관 밖으로 마중을 나가 반기며 얼굴을 마주하는 바람에 소민이를 울렸던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오늘은 소민이가 놀고 있는 보료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소파에 앉아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소민이가 엎드린 자세에서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선이 자주 내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내 얼굴이 아직은 눈에 익지 않았나 봅니다. 기분이 좋은지 때때로 싱긋싱긋 웃으며 혼자서도 잘 놀았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혼자 보료 위에서 놀다가 불편한 듯한 목소리를 낼 때만 할머니가 잠깐 보살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전’서방 도움으로 소민이의 양쪽 겨드랑이를 껴안은 상태로 내 무릎 위에 세워보았습니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뺏다 콩닥거리며 제법 신나게 놀았습니다. 팔과 다리가 예전보다 튼튼해지고 힘이 제법 오른 것을 보니 곧 배밀이도 하고 기어 다니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갈 즈음에는 소민이가 잠이 오는지 서서히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에 칭얼거려, 할머니가 업어주니 조용해졌습니다. 소민이도 업히는 것이 편하고 좋은 모양입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내가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얼른 안아보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아 아빠가 안고 달랬습니다. 소민이가 오늘 나에게 나타낸 반응을 종합해보면 낯가림을 하기는 하지만 심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얼굴을 익히든가 낯가림 시기가 지나가든가 반갑게 마주할 수 있는 그날이 오겠지요...